자연주의 화가로 자연에 대한 작가만의 감수성을 다양한 시각적 효과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가의 천무적인 능력일 것이다. 꽃 그림으로 잘 알려진 화가 박현옥이 도시화된 우리의 일상 속 이제는 평범하게 보지 못한 자연의 이치를 다채로운 색의 향연으로 펼쳐낸 그림들을 5월 15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선보인다. 그는 자연의 흔적을 잘 그린 정물 그림으로 보여준다. 잘 그려진 정물이나 풍경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소나무와 꽃, 봄의 꽃과 안개 낀 산의 조화를 보여주고 자연에서 느껴지는 것 보다 더욱 극대화된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작품에서 드러난 강렬한 색채와 유화의 특유성을 잘 살려 꽃의 화려함을 때로는 담백하게 표현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켜 잘 보여준다. 박현옥이 그려내는 대상은 자연이다. 산, 숲, 들, 나무와 꽃과 풀 등 전형적인 자연이다. 그러나 그 자연들은 형상의 사실성에 초점을 맞추어 표현되는 것들이 아니다. 자연의 외피적 모습보다는 그의 심리적 시각으로 보고 느낀 마음의 자연이다. 안개 속을 걷는 듯 한 풍경이지만 생명의 강인한 기운을 잃지 않고 있는 자연, 그것은 작가의 내면 풍경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꽃의 자태나 색채를 꼼꼼히 따져 그리지도 않고, 꽃으로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스러운 꽃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기저기 피어 있는 수많은 꽃에서부터 장미에 이르기까지를, 사진이 아닌 꽃병에 꽂아 놓고 대화를 나누며 그려내고 있다. 그는 대상들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래서인지 화면에 등장하는 대상에 대한 해석이 충실하게 드러난다. 그 대상이 지닌 기운과 향기와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구사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관점 때문인 것이다. 그의 작품들이 생동감, 생명력을 실감나게 느끼게 하는 요인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림이란 작가 자신의 심상을 발현한 것이다. 마음으로 이미 다 그려진 형상이 손을 통해 화면에 옮겨진다. 그래서 그의 화면에는 진지하게 애환의 여정을 거친 그의 사유와 숨결이 엿보인다. 중년의 연륜에도 순수무구한 영혼의 언어들을 읽게 하는 것이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