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상영된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에 등장하는 돈 세탁 방법도 유명화가의 그림을 구입한 이후, 이를 통해 불법자금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을 영화화 했지만 현실의 실제 사례를 반영한 장면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영화 속 장면처럼 전두환 전 대통령 압류 물품, 저축은행비리 사건, CJ비자금 조성, 삼성특검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 단어가 고가미술품이다. 미술품이 검은 거래의 온상으로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서미갤러리로부터 고가의 미술품을 구매한 의혹으로 그림이 등장하면서 미술품이 재산축적의 또 다른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 불법 교차대출 과정에 개입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서미갤러리는 대기업 거래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선 검찰이 17일 압류한 물품 가운데 포함된 그림들로 인해 화랑가는 불똥이 어디로 튈 것인가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이다. 검찰은 출판업체 시공사와 야생화단지 허브빌리지,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 한국미술연구소, 삼원코리아, 전재국·전재용·전효선·이창석(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손춘지(전경환 씨의 부인)씨 자택 등에서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압수했다. 도자기와 병풍, 불상을 포함해 모두 200여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수사 한 달 전에 화물차 1대 분량의 그림이 모처로 이동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어 그 수량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압수 목록에는 박수근, 이대원, 천경자 등 미술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화가들의 작품이 들어있다. 한 점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그림들이다.
박수근의 그림은 국내외 주요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대표적인 고가 미술품이다. 지난해 9월 '나무와 세 여인'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2억 4000여만 원에 팔렸다. 작년 상반기에만 30억 원어치가 거래됐다. 위작 시비를 일으켜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빨래터'는 2007년 5월 서울옥션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대원의 작품은 지난해 상반기 국내 작가 작품 낙찰총액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우환에 이어 14억 567만 원을 기록했다. 작품당 평균가격은 1억 원 이상으로 거래된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소유 미술품의 가치를 수십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술품 등의 매입자금 출처가 비자금으로 밝혀지면 미술품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을 통해 공매를 거쳐 국고로 추징한다는 계획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이 비자금 조성과 탈세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화랑가가 밀집한 인사동 복수의 화랑 대표들은 "그림 구입 자금에 대해 출처를 묻지 않는다. 거의 현금으로 구입을 한 이후, 되팔 때도 소장이력에 대한 정확한 증빙이 필요 없다"며 "인사동 화랑가에서는 하루 평균 수십억 원의 현금이 미술품 거래를 위해 이동하고 있을 정도로 누가 사고팔았는지에 대해 알 수 가 없는 것도 한 몫 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화랑가에서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미술계가 어려운데 좋지 않은 사건만 발생하고 있어 미술시장이 공멸할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상태이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