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욕망과 판타지를 보여주는 하이힐을 모티브로 설치, 드로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 김민형이 '그녀들의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총 30여 점의 작품을 오는 8월 25일 롯데백화점 안양점에서 선보인다. 작가는 대중 매체에 의해 강요되어지는 일체의 이미지들을 배제하고, 인간 본연의 의식과 그 속의 욕망에 대한 탐구를 풍자와 유머를 머금은 채 설득력 있게 전시를 통해 보여준다. 여성의 전유물로서의 하이힐은 아름다움을 향한 동경의 대상으로 혹은 타인에게 당당하게 보이고자 하는 방어기제로 표상된다. 하이힐은 마치 요술구두와도 같아서 그것을 신는 순간 스스로를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화시킨다. 이러한 경험은 여성들로 하여금 굽의 높이로 인한 불편함이나 발의 건강 등의 생각은 잊어버리고 하이힐에 열광하게 만든다. 작가 김민형은 이러한 여성의 근원적 욕망의 상징인 하이힐을 모티브로 삼아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하이힐은 다양하게 변용된 형태로 보여지고 있다. 'call girl' 작품에서는 여성들 사이에 대표적 소통의 수단으로 수다를 전화기와 힐이 혼용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은 타인과의 관계 유지나 위급한 상황 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관계지향적 커뮤니케이션인 수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의 수다는 유대관계 형성에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하고 자신들의 보이지 않는 욕망을 언어적 유희를 통해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call girl'은 여성들의 은밀한 대화와 그 속에 담겨 있는 욕망을 표현하고, 그녀들에게 어떠한 위로와 용기, 판타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많은 사물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이라 더욱 친근감을 더해준다. '품절녀가 뇌고 싶은 미스 김'의 이야기를 통해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면서 하나 둘 시집을 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스스로는 결혼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위안하지만 속으로 어쩔 수 없이 위기감을 느끼는 여성들의 심리를 담고 있다. '모던걸 2013'을 통해서는 개똥녀, 포켓녀, 건어물녀, 젖소녀, 베이글녀 등 우리 시대가 양산해 놓은 무수한 여성상을 재미있게 풍자하고 있다. 김민형의 작품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추상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가볍지도 않다. 그녀의 작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토대로 삼아 뚜렷한 작가적 관점과 독특한 표현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 매체에 의해 강요되어지는 일체의 이미지들을 배제하고, 인간 본연의 의식과 그 속의 욕망에 대한 탐구를 풍자와 유머를 머금은 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전시는 9월 11일까지.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