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욱(49) 작가의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조선의 '달항아리'는 우윳빛으로 은은하게 발하는 색감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달항아리의 어리숙하면서도 순박한 아름다움에는 한국적 정서가 깊게 묻어난다. 많은 작가들이 항아리를 예찬하며 나름의 해석으로 이를 표현하고 있지만 최영욱은 자신의 기억이자 소통을 위한 미디엄으로서의 달항아리를 그려내고 있다. 9월 12일부터 10월 14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펼쳐지는 'Karma'전을 통해 최영욱이 추구하는 소박하고 어질며, 넉넉하고 자연스러운 달항아리의 모습을 통해 한국적 미에 가장 부합하는 멋을 느껴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최 작가는 "이미지는 기억에 의해 형성되고 그렇게 재현된 기억의 이미지는 곧 삶의 이야기로서 대중에게 표출되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의 달항아리는 특히 유약의 균열을 가늘게 묘하한 표면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는 도자기의 빙렬이기보다 작가가 생각하는 삶의 운명, 업, 연을 실선으로 연결시키는 행위를 통한 인간의 생을 비유한 것이다. 작품명 'Karma'의 의미가 그렇듯 갈라지면서 이어지듯 만났다 헤어지며,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 하나로 조화되는 우리의 인생길을 선으로서 '관계'에 의한 보편적 인간의 모습을 밀도 있게 표현하고 있다. 단순한 형태와 색감은 섬세하게 달리 표현된 톤들로 작품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부드럽고 여린 색감은 단아하면서도 강인하고 무심한 듯 아름답게 발한다. 꾸밈없고 차분하게 하나하나 공들여 완성해가는 그의 작업은 그래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형태를 중요시 하는 작가는 달항아리만의 매력인 단순함에서 나오는 너그러운 세련미를 위해 우연성에 초점을 맞추며 순수하게 그려나간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