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수묵화를 현대화 하면서 전통적 소재가 아닌 현대인들의 삶을 다루는 작가로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 출신 리판(47) 작가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약 10여 년에 걸쳐 파리, 뉴욕, 제주도 그리고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가 제작한 108점의 회화 작품을 2014년 2월 23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 펼쳐놓는다. 리판의 작품 속 인물들은 광고 이미지와 같이 극적이고 과장된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는 선과 여백의 미를 살린다거나 먹물을 흩날리고 흘리는 전통 중국화의 기법들로 표현됐다. 이례적인 막대한 크기, 에로틱함과 장난스러움은 주제의 심각함과 대비된다. 개인적인 감성, 사회적 금기와 같은 개념적인 주제를 일상 속에서 관찰한 자신과 타인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면서, 리판이 현실을 다루고 해석하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는 사람이며, 그리고 이와 같은 그의 인간성, 삶에 대한 애정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108점의 자화상은 모두 우리 혹은 우리 주변인들의 모습이며, 그들의 일상이다. 그리고, 리판은 그 일상을 소중하게 한폭 한폭의 화면에 담아간다.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그간 쉽게 지나쳐 버린 자신 주변에 따뜻한 관심과 세심한 눈길을 보낼 수 있는 잠시의 여유를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