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상, ‘적막’, 젤라틴 실버 프린트, 100x100cm, 2014. (이미지=노암갤러리)
(CNB=안창현 기자) 국제사진계에서 가장 큰 페스티벌 중 하나인 프랑스의 아를사진축제는 지난 2013년 축제의 슬로건을 ‘흑백사진의 아를(Arles in Black)’로 선택했다. 최근 사진 분야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은 이미 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최근 사진계에서는 사진의 기본이자 전통이랄 수 있는 흑백 사진의 가치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노암갤러리에서 3월 19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리는 이희상 작가의 개인전은 30여 년 동안 한결같이 흑백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해온 그의 작품 세계를 확인하는 자리이다. 이 작가는 젤라틴 실버 프린트라는 한 가지 작업 방식을 고수해 왔는데, 그의 흑백 프린트에는 아날로그 고유의 ‘느림’과 함께 사진가의 온기가 녹아들어 있다.
특히 이번 전시 ‘적막-은밀한 소환’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주변의 대상과 그것들이 들려주는 은밀한 이야기에 주목하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일상에서 버려진 것, 하찮은 것,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서 그것들이 가진 생명의 리듬을 찾는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 담긴 사물들은 때로 애잔하고 가련한 분위기를 띄고, 때로 스산하고 고립된 풍경의 일부가 된다.
엄격한 사진적 자유를 추구하는 이 작가의 작품에서 관객은 급격한 디지털화 속에 잊힌 사진 매체 본연의 힘과 우리 주변의 소외된 대상들의 존재를 다시 찾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희상 작가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0년 한마당갤러리에서 ‘도시와 사람’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열고, 2003년 오사카 예술대학 조형예술대학원 디자인과 졸업 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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