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나바로, 'Ecco (Brick)'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네온 불빛의 강렬함을 희망의 매체로 사용, 칠레 독재 정권 아래서 보낸 어두운 시간 속에서도 작가가 잃지 않았던 자유에 대한 갈망, 희망 그리고 해방을 표현한다.
칠레 출신 작가 이반 나바로(Ivan Navarro,42)가 네온 아트로 표현한 조각 및 설치 작품 14점을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 펼쳐 놓았다.
이반 나바로는 네온과 형광등을 사용한 작품을 통해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작가이다. 그의 조각과 설치는 미니멀리즘과 현대 디자인에서 받은 영향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사회정치적 비판을 담고 있다.
'현대 울타리'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난 나바로는 피노체트의 잔인한 군사 독재 아래서 성장했다. 작가는 이 어두운 역사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지키고자 했던 자유, 진실, 희망에 대한 갈망을 빛으로 표현하고자 네온과 형광등을 사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빛이 뿜어져 나오는 작품은 매혹적인 모습과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나에게 미술가가 된다는 것은 멋진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피노체트 정권하에 시민들이 가정에 고립되고 외부 활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통금을 시행하고 정전이 일어난 것을 빛으로 대중을 제어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작가는 어두운 역사와 현실을 고발할 뿐만 아니라 자유에 대한 갈망, 희망, 그리고 결국 이루어낸 해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에게 빛은 희망의 상징이다 그 자체다.
"빛은 억압과 통제의 상징이었지만, 나에게는 희망과 자유 그리고 해방을 상징하는 새로운 매개체로 다가왔다"
전시장에는 세계 유명 건축물을 1:1 로 축소하여 하늘에서 내려다 본 '천국 또는 라스베가스'시리즈와 대규모 조명 설치작 '현대 울타리'를 선보인다.
'이반 나바로'.(사진=갤러리현대)
'천국 또는 라스베가스'시리즈는 네온과 일방투시거울을 사용한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1000ft(300m)이상의 높은 건물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 한 아찔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 울타리'는 2011년 아모리쇼, 폴 카스민 갤러리 부스에서 대규모 조명 설치 작을 선보인데 이어 한국에서 전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작가는 벽을 폭력으로부터 선을 긋고 보호하는 힘을 가진 것이라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말에 영감을 받아 작품 제작을 시작했다. 보통 작품이 관람객이 전시 공간 안에 들어와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도록 설치하는데 반하여 이 백색광 울타리는 관람객의 접근에 제한을 두어 전시의 일반적인 기능에 도전한다.
이반 나바로의 작업은 거울을 사용해 이미지의 무한반복 상태를 보여준다. 일반적인 거울을 일방 투시 거울의 반사면을 바라보도록 배치하고 그 사이에 조명을 두면 무한히 반복하는 투사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통해 신비로운 시각적 경험과 은유적 공간을 만들어 보는 이에게 사유의 시간을 마련한다.
이반 나바로, 'Impenetrable (Shout)'. 2012, Fluorescent lights, resin, mirror, one way mirror and electric energy, 94x104.1x105.4cm.(Courtesy of the Artist and Paul Kasmin Gallery, photo by Thelma Garcia)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는 마이애미 현대미술관, 베니스비엔날레, 폴카스민갤러리 등 주요 미술기관 및 갤러리에서 전시를 펼쳤다. 작가의 작품은 사치콜렉션, 국립현대미술컬렉션, 루이비통콜렉션, 허쉬혼미술관, 버지니아미술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 유명 미술기관 및 콜렉터가 소장하고 있다.
'299 792 458 m/s'는 이반 나바로가 한국에서 갖는 전시의 제목이자, 빛의 속도를 표현한 숫자이다. 자유와 희망을 말하며 관람객에게 감동을 주는 빛의 예술세계를 펼치는 그의 작품들은 4월 27일까지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볼 수 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