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아트 안창현 기자 2014.04.13 22:00:00
로베르 두아노의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1950). (제공=KT&G 상상마당) 로베르 두아노의 ‘조례시간’(1956). (제공=KT&G 상상마당)
로베르 두아노를 20세기 가장 유명한 사진가 중 한 명으로 만든 사진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알리는 방송을 듣고 기뻐한 두 남녀의 거리 키스를 찍은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진이 두아노에 의해 연출된 사진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논란이 됐다. 키스의 순간을 놓친 두아노가 남녀에게 다시 키스를 요청해 촬영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그의 진정성이 의심받기도 했지만, 바로 그 사진은 당대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나는 삶 자체를 찍기보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찍는다.”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 1912-1994)의 작고 2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국내 최초로 회고전 ‘로베르 두아노, 그가 사랑한 순간들’이 개최된다.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로베르 두아노는 20세기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회고전에서 그의 널리 알려진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원본사진 외에 각각 ‘순수’, ‘사랑’, ‘풍경’, ‘인물’ 카테고리로 나뉜 75여 점의 사진과 밀착 인화본 3점 등 두아노의 작품 8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로베르 두아노는 전쟁과 냉전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았지만, 그의 사진에는 삶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난다. 제2차 세계대전에 촬영병으로 참전한 이후 광고사진과 산업사진을 찍었던 그는 1949년부터 1951년까지 프랑스 보그(Vogue)지의 패션 사진가로 활동하였다. 비슷한 시기 ‘그룹 피프틴(Group 15)’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당대 유명 예술가과 친분을 맺고 피카소, 자코메티 등의 인물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양한 창작 활동을 했지만, 그가 전 세계인에게 널리 사랑받기 시작한 것은 역시 파리 거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때문이다. 두아노가 담은 파리 시민들은 당대의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진들은 그가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꾸준히 사람들을 관찰하고, 또 낭만과 유머가 넘치는 삶의 모습을 사랑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사진의 특징은 로베르 두아노를 “앙리-까르띠에 브레송(Henri-Cartier Bresson), 윌리 로니스(Willy Ronis)와 함께 3대 휴머니즘 사진가”,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사진계의 피카소”로 불리게 했을 것이다.
이번 회고전은 KT&G 상상마당과 아뜰리에 로베르 두아노 재단(l’Atelier Robert Doisneau)과의 협업으로 전통적인 사진인화 방식인 젤라틴 실버프린트 공정으로 인화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아날로그 방식의 젤라틴 실버프린트 사진은 디지털 사진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색다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창현 기자 isangahn@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