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민, 'BL215375573126950232'.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21 x 156cm, 2015.
일우스페이스에 걸린 작품과 함께한 박찬민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전시장에는 '공간의 포위'라는 주제로 '블록스(Blocks)' 시리즈와 도시 공간을 다룬 신작 '어번 스케이프(Urban Scape)' 시리즈를 볼 수 있다.
'블록스' 시리즈는 한국의 현대적 주거 공간을 대표하는 공동주거형태인 아파트를 단순화해 형태와 표면적 구조를 강조한 작업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창고나 컨테이너와 같은 공간과 과연 무엇이 다른 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박 작가는 "아파트라는 공간은 제가 가장 잘 알고 익숙한 공간입니다. 아파트 창문을 컴퓨터 작업을 통해 지워내면, 도시 공간에서 개별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누구든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인공 조형물에서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고 설명했다.
박찬민, 'Urbanscape 047'.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 x 122cm, 2014.
'어번 스케이프' 시리즈는 아시아권 도시를 다니며 촬영한 작업들이다. 도시들 간의 공통점을 느낄 수 있는, 인공적인 건축물에서 작가가 느끼는 감정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평평하게 입체감을 감소시킨 작품이다.
도시 속에서 산다는 것은 인간이 만든 공간에 둘러싸인 것이며, 과거 자연 속에 살던 인간의 모습이 아닌 인간이 만든 '공간에 포위'되어 살고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박찬민 작가는 "아파트에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다니게 되고, 제가 살던 모든 곳이 사라지고 없어지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과거는 사라지고 새로운 공간에 사는 연속 과정 속에서 아쉬움과 아이러니를 함께 느끼는 것이 오늘날 도시인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어디서 무엇을 바라보냐에 따라 대상이 달라지는 사진의 현상을 보여준다. 특히 공간과 구조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선과 선이 만나고 면과 면이 겹쳐지면서 선과 면이 혼재되는 장면들을 도식화하고자 했다. 전시는 12월 23일까지.
(CNB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