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 지원자에게 전할 말은?
“난지는 지원자에게 포트폴리오 제작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한다. 처음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이에게 꼭 필요한 정보로, 이 규격이 요구하는 정보는 다른 미술 기관이 요구하는 포트폴리오 규격에도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또한 레지던시 입주 준비를 시험대비 모범 답안 찾기처럼 생각하지 말길.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형식은 주목을 끌지 못한다.”
자유로운 공간 속 다양한 페인팅의 변용
OCI 5기 레지던시 입주 작가전 : ‘2016 Cre8tive report’
OCI 창작스튜디오는 인천시 황익동에 위치한 구 경인방송국을 개조한 공간으로, 2011년 처음 등장했다. 매년 8명의 작가가 입주해 자유롭게 작업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5기 입주 작가는 강상우, 권인경, 박경종, 반주영, 범진용, 윤성필, 조현익, 최수진 총 8인이다. 이들 입주작가 보고전 ‘2016 크리에잇티브 리포트(Cre8tive report)’전이 OCI미술관에서 최근 열렸다.

강상우, ‘몽실통통 1’. 판지에 유화와 컬러 차콜, 나무, 160 x 230 x 42cm. 2015. 사진 = OCI창작스튜디오
OCI 미술관의 공간적 특성 및 전시 성향과 맞물려 회화 작가의 강세가 엿보이는 가운데, 윤성필 작가의 대형 설치 작품과 강상우 작가의 익살스런 조각 작품이 눈길을 끈다. 윤성필 작가는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설치 조각가로, 동양 철학의 음양을 바탕으로 자력(磁力)을 이용해 작업한다. 아니쉬 카푸를 연상케 하는 비행접시 모양 금속 조각에 자성(磁性)을 띤 물감이나 철가루를 뿌리고, 가벽 뒤 미리 설치한 자석으로 원형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강상우 작가는 80년대 자신이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이나 TV광고, 만화 등을 소재로 기억을 환원시킨다. 커다란 프라모델 박스를 가상 재현하고 곳곳에 위트 있는 문구를 삽입하는 한편, 박스 겉면에 그려진 영웅 장난감의 조악한 버전이 박스와 같은 등신대로 서 있다. 누가 봐도 박스의 장난감이 조립되고 난 후의 모습이라 유추할 수 있지만, 환상을 배반한 초라한 모습이 자못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회화인 동시에 프로젝터를 이용한 영상 설치 작업을 선보인 박경종은, 페인팅을 기초로 한 다양한 시도를 실험하는 작가로서, 재기발랄함이 돋보인다. 여러 개의 캔버스와 프로젝터를 미리 제작한 비디오에 맞춰 설치했다. 비디오 한 편으로 어느 캔버스엔 조명을 비추고, 어느 캔버스엔 애니메이션 영상이 출력되는 작가의 회화 설치는 강박적인 회화 본능과 맞물려 묘한 설렘을 자아낸다.

박경종 작품 설치 전경. 사진 = 윤하나 기자
한편, 이 설치들 옆 칸에 ‘옐로우 페인트’란 작업도 숨어 있다. 노란색 물감과 노란 표지의 책, 그리고 물감에서 송출되는 기이한 퍼포먼스(노란 쫄쫄이를 입은 남자가 춤을 춘다) 영상이 벽에 나타난다. 노란색 삼박자는 작가가 가진 마술적 회화성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누구의 간섭 없이 작가들은 입주 기간 내내 OCI창작스튜디오라는 자유롭고 넓은 공간을 마음껏 누리며 자기 역량을 펼쳤음을 무엇보다 크게 느낄 수 있었던 리뷰 전이었다. 전시는 3월 15일까지.
이지현 부관장 “작가들끼리의 자율적 작업 활동 보장”
OCI미술관의 이지현 부관장에게 OCI 창작스튜디오에 대해 물었다.
- 어떤 작가들이 주로 지원하는가?
“OCI 미술관과 레지던시의 특성을 파악한 회화 작가들이 주로 지원한다.”
- 입주 작가들에게 지원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간은 무료로 제공되지만, 공간 사용에 따른 공과금 납부가 요구된다. 이밖에 비평가 매칭을 통해 비평글 생산을 돕고 연중 1회 오픈스튜디오를 연다.”
- OCI 레지던시만의 특징은?
“규제나 빡빡한 프로그램 일정 없이 자율적인 작업 활동을 보장한다. 그래서 방목하는 레지던시로 알려지기도 했다. 레지던시가 미술관과 거리적으로 멀기 때문에, 세세한 관리보다 작가들끼리의 자유로운 활동을 권장한다. 또한 전년 입주자 중 한두 명의 작가에겐 입주 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 새로 입주하는 작가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는 차원에서다.”
- 최근 입주 지원자들의 공통적인 성향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현실 상황이 많이 반영된다. 최근 비극적이고 우울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다만 이런 흐름 중, 작가만의 개성이 돋보이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눈에 띌 가능성이 낮아져 선발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