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어렵다는 편견을 잊게 해주는 미술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10월 13일부터 2012년 1월 29일까지 진행하는 조선화원대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김홍도, 장승업, 이인문 등 대표적인 화원 화가의 작품을 통해 조선시대의 ‘화원’을 조명한 첫 전시로 지난 2006년의 '조선말기회화전'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고미술 기획전이다. 화원은 국가에 소속된 전통시대의 직업화가를 일컫는다. 화원들은 궁중에 근무하며 왕실에서 쓰이는 각종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참여하여 왕실의 권위와 통치이념을 시각화하는 게 주요 임부였다. 그런 한편으로 이들은 당대의 여러 화가, 후원자들과 교류하며 가장 속된 그림부터 문인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관념산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작했다.
또한 18세기 후반에는 탁월한 필력을 바탕으로 조선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풍속화’ 같은 새로운 장르를 창안하여 발전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화원들은 양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몇몇 대가들을 제외하고는 문인화에 비해 제대로 조명되거나 평가받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작가별, 연대기적 구성에서 벗어나 화원 화가들의 업적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조선 최고의 예술가 집단이었던 그들의 정체성을 부각시킨다.
특히 ‘화성능행도(보물1430호)’, 김홍도의 ‘군선도(국보 139호)’, 장승업의 ‘영모대련’등 국내외에 산재되어 있는 화원 화가의 대표작 110여 점이 출품되어 화원의 예술적 성취를 한 눈에 살펴보는 기회가 된다. 전시 연출에 있어서도 갤러시탭 등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고 역동적이고 입체감 있게 조선시대 주택양식으로 공간 구성을 시도했다.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전통회화에 관람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가게 하려는 시도다. 특히 이번 전시에 최초로 공개되는 ‘동가반차도’는 조선 말기 왕실의 위용과 이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한 화원들의 필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기도 하다. 문의 02-2014-6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