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만화? 글자? 한국적 팝아트 선보이는 홍인숙 작가

에비뉴엘아트홀서 ‘글자풍경’전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8.07.11 17:42:12

홍인숙, ‘사랑 지나서 싸랑’. 드로잉에 지판화, 108 x 150cm. 2009.

“썅”이라는 글자가 눈에 확 띈다. 그냥 읽으면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 이 글자가 예쁜 꽃들로 그려져 다소 친근하게(?) 느껴지는 게 오묘하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아트홀이 마음의 여유와 위안을 ‘문장’과 ‘그림’으로 나누고자 홍인숙 작가의 ‘글자풍경’ 전시를 7월 29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민화인지, 만화인지, 글자인지, 그림인지 모를 독특한 화법으로 한국적인 팝아트를 구사하고 있는 홍인숙 작가가 7년 만에 여는 아홉 번째 개인전이다.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7년을 보냈다”는 작가는 그간 쓰고, 정리하고 다스렸던 삶의 궤적을 이번 ‘글자풍경’전에 펼쳤다.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시’ ‘셔’ ‘썅’ ‘싸랑’ ‘밥’ ‘집’ 등의 글자그림은 평범한 한 글자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크게는 2~3m, 작게는 1m 남짓 되는 널찍한 화판에 작은 꽃다발을 나란히 줄지어 만든 글자는 소박하다.

 

홍인숙, ‘누이오래비생각’. 천 위에 채색, 116 x 90cm. 2011.

평소 글쓰기에 능한 작가는 일상의 사소한 생각과 메모, 낙서들을 남겨뒀다가 기발한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습관이다. 그 문장은 흐르는 시간과 함께 간결한 단문, 시어(詩語)가 되고 결국엔 이미지가 된다. 성윤진 롯데갤러리 큐레이터는 “마치 수천, 수만의 의미를 담았을 일상 언어의 수고로움에 감사의 꽃다발을 건네는 것처럼 글자들은 작가가 만든 면류관을 쓴다”고 밝혔다.

 

이 작은 꽃다발들은 작가가 밑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먹지 위에 다시 눌러 검은 윤곽선으로 그린 뒤 이어 색깔 별로 판을 자르고, 롤러로 색을 칠하고, 그 색 판의 수만큼 프레스기를 돌린 결과물이다. ‘가장 나다운 것’을 찾던 작가는 한지 위에 먹지를 대고 눌러 그릴 때 손의 압력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검정색의 느낌을 화면 위에 살렸다. 성윤진 큐레이터는 “속에서 끓는 감정과 꼬리 무는 사유를 다스리고, 다스리다 나온 홍인숙의 단문(短文)이 구도자의 자세로 그려진 작법과 만나니 속스러운 것이 없다. ‘썅’이라는 글자가 이렇게 아름답고 거룩하게 보이는 이유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가 또 눈길을 끄는 건 작가의 작은 회고전과도 같기 때문. 가족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자의 가차문자를 갖고 노는 말장난의 달인의 면모를 보였던 ‘後眞후진사랑’ ‘큰 잘못’ ‘무지개동산’ 등 초기 작품부터 글과 몸이 사라지고 덩그러니 얼굴만 그려 넣었던 ‘점점 동그래지는 얼굴’ 시리즈와 ‘명랑한 고통’ 시리즈, 그리고 2009년 이후로 서서히 그림과 글이 분리돼 ‘누이오래비생각 㝹二悟來飛生覺’ 시리즈와 ‘글자풍경’ 시리즈까지 대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홍인숙, ‘거룩한 썅’. 드로잉에 채색, 108.5 x 138cm. 2018.

얼핏 보면 추억의 만화가 떠오르고, 비례에 맞지 않는 커다란 눈에 꽃, 리본으로 장식한 소녀 등 작가의 독특한 회화 스타일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다. 이 작품들은 아버지의 낡은 책에서 발견된 어린 시절 자신의 낙서그림에서 비롯됐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재로 시작된 가족그림은 작가에게는 슬픔과 결핍에 대한 지속적인 재확인이자 치유의 과정이었고, 그 감정들은 작가를 끊임없이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해 마주하도록 만들었다. ‘사랑’에서 지나간 ‘싸랑’을, ‘시’에서 언어의 ‘위로’를, 대천의 욕지거리인 ‘썅’에서 ‘거룩함’을 새긴 것처럼 말이다.
 
한편 전시와 관련해 아트 토크 ‘시인이 읽는 그림’이 진행된다. 문학 안에서 그림과 유사한 시를 통해, 풍경이 모여 글자가 되고 글자가 그 풍경을 아우르는 경험을 함께하는 자리다. 앞서 7월 5일 오은 시인이 홍인숙 작가의 대표화제 중 ‘셔’를 주제로 이야기했고, 7월 12일 박준, 7월 19일 김민정이 각각 ‘사랑’ ‘썅’을 주제로 그림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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