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우스의 작품이 167억 원에 팔렸다

미술계 메인 시장 점령 시작한 서브컬처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9.04.16 14:39:25

4월 1일 홍콩 소더비경매에서 약 167억 원에 낙찰된 카우스의 ‘킴슨’.(사진=소더비)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뭔가 어떤 단어 앞에 ‘아트’가 붙으면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피규어로 가득한 ‘끽태점’ 전시에서 만난 돈선필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작가는 자신이 2001년부터 모아 온 피규어들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만든 조형물을 뒤섞어서 이를 분간하기 어려운 형태의 전시를 보여주고 있었다. ‘피규어=아트토이’로 보는 관점도 있지만, ‘피규어=제품, 장난감’, ‘아트토이=예술’로 구분 짓는 관점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과거 서브컬처로 국한됐던 피규어, 아트토이가 미술계 메인 장르로 점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자명한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뉴욕 출신의 팝 아티스트 카우스가 있다. 지난해 7월 석촌호수에 띄워진 거대한 조형물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카우스의 작품 ‘컴패니언’으로, 앞서 2014년 석촌호수를 들썩거리게 한 노란 고무오리 러버덕, 2016년 야경을 밝힌 슈퍼문의 뒤를 이어 석촌호수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공미술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 프렌즈위드유와 달리 카우스는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한 아트토이계의 유명 작가라는 점에서 배경을 달리 해 주목 받았다. 그는 1999년 서브컬처가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던 일본에서 아트토이를 출시했고, 2006년 메디콤토이 사와 함께 아트토이를 출시하면서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 했다.

 

지난해 7월 석촌호수에 띄워진 카우스의 ‘컴패니언’ 캐릭터.(사진=김금영 기자)

그래서 당시 컴패니언을 찾는 발걸음이 이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러버덕과 슈퍼문을 보러 온 관람객 중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이 보였다면, 컴패니언을 보러 온 관람객 중 아트토이 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석촌호수 프로젝트와 연계해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 아트토이 시리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도 흥행했다. 19만 8000원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에도 컴패니언 피규어를 사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고, 그 중 20대 청년층이 주를 이뤘다.

그렇다고 카우스에 대한 관심이 일부 마니아층에만 속한 것은 아니다. 미술계 메인 시장에서도 이름값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만화 심슨을 패러디한 카우스의 작품 ‘킴슨’이 4월 1일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예상 추정가의 15배 이상인 약 167억 원에 팔리며 미술 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그리고 이달 국내 케이옥션 경매에는 카우스의 스크린 프린트 작품 ‘더 뉴스’가 14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한다. 카우스의 작업은 ‘제품’이 아닌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미술계 큰손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3월 21일 진행된 서울옥션블루 제32회 경매에 출품된 (왼쪽) ‘Dhyp. 퓨처 미키 골드’와 ‘피노키오 우드 바이 메디콤 x 디즈니 x 가리모쿠’. 이번 경매 출품작 중 아트토이 비중이 56%로 과반수를 넘었다.(사진=서울옥션블루)

카우스를 비롯해 아트토이에 관심을 지닌 컬렉터들의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술 경매 시장도 점점 시야를 넓히고 있다. 미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는 적극적으로 온라인 경매에 끌어오고 있다. 3월 21일 진행된 ‘제32회 블루나우: 스니커즈 & 아트토이 & 아트워크’ 온라인 경매에서는 아예 제목에 아트토이를 명시했고, 특히 출품작 중 아트토이 비중이 56%로 과반수를 넘겼다. 2016년 진행했던 ‘제1회 블루나우: 리빙 위드 아트 & 스타일 아트토이’와 비교하면 15%에서 56%로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관련해 서울옥션블루 이지희 이사는 “이번 경매는 컬렉터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하고, 경매 시장의 성장과 외연을 넓히기 위해 수집 가치가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특히 아토토이 비중이 50%가 넘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고, 그동안 국내에서 접할 수 없었던 희소성 높은 아이템들이 대거 출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예 아트토이를 메인으로 내세운 행사도 있다. 2014년 시작돼 매년 꾸준히 열린 ‘아트토이컬쳐’는 지난해 5월 약 5일 동안의 행사에 총 7만 여 명의 방문객을 동원했고, 5년 동안의 누적 방문객은 31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엔 프랑스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과 미국 아트토이 작가 제이슨 프리니 등 해외 인기 작가가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규모를 넓혀 눈길을 끌었다.

아트토이 비중 50% 넘는 온라인 경매 등
컬렉터 층의 다양해지는 관심사

 

지난해 열렸던 제 5회 아트토이컬쳐 현장.(사진=김금영 기자)

과거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일부 마니아층의 문화로만 여겨졌던 아트토이의 위상은 변화하고 있다. 관련해 미술 시장의 컬렉터 층 세대교체의 시기를 겪으며 보다 폭넓은 분야를 수용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목소리들이 있다. 반면 아트토이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서지 않은 가운데 혼란을 겪고 있다는 내부의 목소리들 또한 들린다.

매년 찾은 아트토이컬쳐 현장에서는 다양한 피규어들에 열광하는 팬들의 목소리와 아트토이라는 장르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하는 관람객들의 “장난감이 왜 이리 비싸냐”는 목소리가 공존했다. 작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아트토이를 선보일 기회가 아직 많이 없는 가운데 소중한 자리”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작가들의 가치관이 반영된 작품이 아닌, 단순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을 매년 가져오는 풍경도 보여, 아트토이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 “아트토이는 캐릭터가 중심이 된 캐릭터 산업과는 구분되는 예술의 한 장르로 작가들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물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가격대 또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저가부터 고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일반 피규어 팬들이 찾는 피규어 상품과 미술 시장에서 거래되는 아트토이 작가들의 작품의 가격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관련해 돈선필 작가는 “예술 조각과 일반 피규어 상품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관상용 외에는 쓸데없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렇다면 이 피규어가 예술 조각과 과연 다른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이에 대한 연구를 작업에 이어가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그는 “차이점을 말하자면 조각 작품은 작가 한 명이 몰두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펼치는 것이고, 피규어는 피규어를 살 소비자,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회사, 그리고 피규어를 만들 원형사, 설계사,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할 회사까지 여러 사람의 합의가 관여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돈선필 작가의 ‘끽태점’ 전 전시 현장. 진열장에는 돈선필 작가가 2001년부터 모든 피규어, 그리고 이 피규어를 바탕으로 작가가 재탄생시킨 조형물이 함께 뒤섞여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러면서도 그는 “그럼에도 나는 피규어의 원형, 즉 근원을 만드는 원형사가 동시대의 훌륭한 조각가라고 생각한다. 일본에 타케야 타카유리라는 유명한 원형사가 있다. 소비자의 수요에 의해 피규어의 원형을 만들지만 거기에 타케야만의 스타일도 자연스럽게 들어가 그가 만든 피규어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며 “하지만 일반적으로 원형사는 자신이 예술가라 인지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그런 분위기다. 여기에 대해선 앞으로도 활발한 담론이 이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어떤 단어 앞에 ‘아트’라는 단어가 붙으면 이처럼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 같다. 미술계 메인 시장을 피규어, 아트토이가 점령하기 시작한 현 시점에도 장르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부터 작품의 가격대, 컬렉터 층,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까지 여러 이야기가 뒤엉켜 있고,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트토이를 판매하는 장은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관련 강의나 토론의 자리는 현저히 부족한 실정. 그래서 더 다양한 담론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앞으로 아트토이가 예술계에 얼마나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킬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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