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제각기 선호하는 색들이 있다. 여러 가지 색을 좋아하기도 하고, 혹은 기분에 따라 그 종류가 바뀌기도 하며, 특정한 색을 고집스럽게 좋아하기도 한다. 지난 30여 년간 유독 파랑색을 고집하며, 모든 작업에 이 파랑의 칼라를 사용하는 작가 조은필(32)이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미술공간현에다 그동안 만들었던 설치 작업을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유독 파랑색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변함없이 이 한 가지 색만 좋아했습니다. 제 주위는 파란 사물들로 둘러싸여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파랑에 대한 저의 집착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인생 전반에 걸친 평생의 인연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조 작가는 살면서 삶의 면면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형태와 소재들에 파랑색을 대입시켜 보았고, 자연스럽게 가장 적절한 파랑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미학적 안목과 실력이 생겼다 한다. 그의 작업에서 필요한 감성의 부분, 가장 인상적인 기억과 감정의 단편들은 그 형태와 상관없이 결국 파랑이라는 하나의 색상으로 귀결된다. 작품들은 대부분 파랗게 칠해져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물을 파랗게 칠하는 행위는 자신이 기억하고 경험한 부분을 기억해내는 행위이며, 지나간 시간들의 감성과 스토리의 재현이 작가 자신의 영역확장으로 이어진다. 조 작가가 사용하는 파랑은 희망, 젊음, 신성함, 진실을 상징하는 일반적인 파랑보다는 훨씬 진하고 강한 울트라 마린 블루를 사용한다. 색채심리학에서는 광기란 의미를 내포하는 색이다. 하나의 색깔에 오롯이 집중해온 자신의 모습과 색상의 의미도 일맥상통하게 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완전한 백색, 완전한 검은색과 같은 완전한 블루를 찾고 싶은 욕망을 작업으로 선보인다. 어쩌면 유채색에서 순수한 색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형태에서 가장 원초적인 블루를 보고 싶은 본인 욕망의 표현으로 나타난다. 입체를 전공한 작가는 형태가 우선이고 색상은 나중에 작업을 완성하는 재료로 사용되던 관행과 달리 블루가 입체보다 더 친근한 대상으로 작업의 주제로 전면에 등장한다. 조은필 작가는 그저 형태와 색이 가진 힘만을 극대화한 미니멀 아트를 넘어서서 삶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과정을 담아내려 한다. 너무 파랗다는 평도 듣지만, 이 색상이 익숙해질 무렵에 평면과 입체의 중간적 형태가 흥미롭게 눈으로 들어온다. 형태가 동물이나 다양한 다리들, 궁전 같은 모양을 보이지만 친숙하게 다가오고, 비교적 대중적인 형태를 선보여 낯설지 않는다. 작가는 순수한 블루를 찾기 위해서 좀 더 직관적이고 단순한 방향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작가 조은필은 다양한 형태에서 가장 원초적인 블루를 보고 싶은 욕망의 표현으로 완전히 순수한 블루를 찾는 여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