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블랙과 작가 34인이 발견한 ‘리플렉션’

가나아트와 협업해 기획전 선보여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9.11.06 08:47:23

‘리플렉션’전이 열리는 전시장. 첫 번째 전시장에는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주로 담은 작품들이 모였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맷 블랙이 작가들과 나눈 대화. 그 몇 마디가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었다. 가나아트가 큐레이터, 작가, 영상 제작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맷 블랙과의 협업으로 기획한 ‘리플렉션’전을 가나아트센터, 가나아트한남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선보인다.

맷 블랙은 앞서 이번 전시명과 같은 이름의 영상 ‘리플렉션’에서 태린 사이먼,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등 여러 예술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첨예하게 격변하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짚고, 그 중심에 있는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낸 바 있다.

 

(왼쪽부터) 맷 블랙의 다큐멘터리 영상, 백승우 작가와 에린 라일리의 작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는 이 영상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가군을 보다 확장시켰다. 세계 각국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동시에 백승우, 에디강, 허산과 같은 국내 유망 작가들의 작품 또한 함께 전시하며 국내외 미술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총 34명의 작가가 참여해 평면 65여점, 조각 2점을 선보인다.

맷 블랙은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서 정체성, 개성, 스타일, 소재를 보여주는 작가들 34인이 이번 전시에 모였다. 작품에 담긴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전시를 소개했다. 워낙 많은 작가들이 모였다보니 이들의 작품을 무작정 나열하기보다 동시대 미술 흐름을 짚을 수 있는 주제별로 모아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

 

두 번째 전시장엔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으로 인해 확장되고 있는 현대 미술계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첫 번째 전시장엔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주로 담은 작품들이 모였다. 개리 시몬스, 라쉬드 존슨, 뱅크스 바이올렛은 인종 문제를 작품의 화두로 끌어들였고, 에디강은 밝은 색과 캐릭터들로 구성된 이전 작품과는 차별화된 흑백 페인팅으로 개인과 사회가 겪고 있는 상실의 아픔을 논한다.

래리 클락은 고향인 털사에서 친구들의 일상적이면서도 일탈에 가까운 섹스, 폭력, 약물 사용 등의 행동들을 사진으로 포착한 작업을 보여주고, 에린 라일리는 유년기, 가정 폭력 알코올 중독 등을 주제로 한 이미지들을 인터넷에서 수집해 이를 태피스트리로 짜냈다. 최근엔 자신의 신체 또한 작품에 등장시켜 여성의 몸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다뤄 보여주고 있다. 패트릭 마르티네즈는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네온을 소재로 그가 살고 있는 LA의 주변 환경을 예술 작품으로 시각화했다.

 

세 번째 전시장에는 기억, 시간, 퇴색, 재생을 표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모였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맷 블랙은 “이 전시 공간에 모인 작가들은 각각 다른 환경과 시기를 살고 작품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이 흥미로웠다. 젠더,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텍스트 작업을 비롯해 인종 갈등 문제를 다룬 작업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토대를 이룬 맷 블랙의 다큐멘터리 영상 또한 이 공간에서 볼 수 있다.

두 번째 전시장엔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으로 인해 확장되고 있는 현대 미술계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 설치됐다. 가장 먼저 두 번째 전시장으로 이어지는 곳에 설치된 백승우의 ‘100% 코멘트(Comments)’ 시리즈는 사진 위에 스텐실로 텍스트를 찍어낸 작업이다. 사적인 내러티브를 담은 텍스트와 사진이 병합됐을 때 그 객관성이 훼손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질문 던지는 작가 34인

 

토니 마텔리는 고대 로마의 시저 조각을 재현하고, 그 위에 사실적으로 구현해 낸 망고, 딸기 등의 과일 조각을 올려놓은 작업을 선보인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추상표현주의 회화와 그래피티 사이의 연관 관계를 연구하는 파블로 토멕은, 스퍼지로 물감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여러 겹의 레이어가 겹쳐진 화면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사진-그래피티 아티스트’라 부르는 제이알(JR) 역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보여준다. 2016년 루브르 미술관에서 유리 피라미드가 사라진 듯한 착시 효과를 만들어냈던 작업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한 작품을 출품했다.

이밖에 물감 대신 껌을 재료로 사용한 회화로 알려진 댄 콜른의 작품, ‘머리 빗기’, ‘폭발’ 등 하나의 주제로 검색된 다수의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모아 촬영해 보여주는 태린 사이먼의 작품 등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맷 블랙은 “추상주의를 동시대 작가들이 어떻게 재해석, 재구성하는지 한 자리에서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라고 말했다.

 

마모된 기둥의 형태를 띤 허산 작가의 작품에 대해 전시 기획자 맷 블랙이 설명하는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세 번째 전시장에는 기억, 시간, 퇴색, 재생을 표현하는 작가들이 모였다. 대표적으로 토니 마텔리, 허산의 작업이 있다. 토니 마텔리는 고대 로마의 시저 조각을 재현하고, 그 위에 사실적으로 구현해 낸 망고, 딸기 등의 과일 조각을 올려놓았다. 이 작업을 위해 작가는 찾아낸 조각품을 일부러 마모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퇴색된 시간을 상징하는 마모된 조각 위 굉장히 싱싱해 보이는 과일 조각이 대치돼 눈길을 끈다. 굉장히 극사실적으로 표현됐지만, 그로 인해 동시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모호한 매력을 드러낸다.

허산의 대표작인 기둥 시리즈 중 하나인 ‘브로큰 필라(Broken Pillar)’ 또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보여주는 조각이다. 굉장히 오랜 시간을 거쳐 마모된 듯한 기둥은 실제로는 작가의 손길을 거쳐 보다 빠른 시간 안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는 “건물의 기둥이나 벽체, 바닥 등을 이용해 공간에 변화를 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조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그래픽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통해 캘리그라피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스타 등의 작업도 볼 수 있다.

 

명화를 재해석한 제프 쿤스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사진 = 김금영 기자

마지막 전시 공간은 제프 쿤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명화를 리페인팅해 그 위에 거울을 배치해 재해석한 에디션 시리즈 10개를 볼 수 있다. 맷 블랙은 “이번 전시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녹여내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기에 동시대에 활발히 활동하고 주목받는 작가들을 모았다. 이 가운데 신진과 기성 아티스트 사이 연결고리 또한 보여주고 싶었다”며 “제프 쿤스 또한 다양한 배경과 스타일을 가진 작가와 전시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이번 전시에서 젊고 재능 있는 작가들과 거장 제프 쿤스와의 만남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이번 전시에서 거울이 설치된 제프 쿤스의 작품은 전시를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속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스스로 바라보며 미술사와 소통하도록 이끈다”며 “전시는 궁극적으로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발견해가는 것, 그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전시의 시작은 사실 굉장히 개인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즐겨보고, 이를 함께 향유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새로 접하는 기쁨도 뜻하지 않게 있었다”며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큰 뿌리는 호기심이다. 호기심을 갖고 다양한 작가의 스타일과 예술 세계를 함께 즐겨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큐레이터, 작가, 영상 제작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맷 블랙은 이번 전시 기획에 참여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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