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기업] 현대건설·이원석 작가가 포착한 건설작품 속 작품

사진전 ‘건설 이즈 열정 ; 현대적인 삶, 건설적인 사람’ 현장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20.01.21 10:02:21

사진전 ‘건설 이즈 열정 ; 현대적인 삶, 건설적인 사람’전이 열린 현대건설 본사 사옥 1층 로비. 사진 = 김금영 기자

작품 속에 작품이 찍혔다. 이원석 작가의 카메라를 통해. 건설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둘러싼 거대한 건축물까지, 사진 안에 찍힌 현장 자체가 바로 작품이었다.

현대건설이 새해를 맞이해 ‘열정’을 주제로 한 사진전 ‘건설 이즈 열정 ; 현대적인 삶, 건설적인 사람’을 1월 13~17일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래퍼 키썸과의 ‘건설 이즈 챌린지’에 이어 현대건설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으로, 다양한 공간에 관심을 갖고 섬세한 눈길로 포착해 온 사진작가 이원석이 함께했다.

 

이번 전시는 건설 현장과 인물 간의 조화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30여 점의 사진을 선보였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본사 사옥 1층 로비는 전시 기간 동안 이색적인 전시장으로 변했다. 깔끔한 흰 벽으로 둘러싸인 전시장, 나무의 질감을 살린 따뜻한 느낌의 전시장, 오래된 건물의 벽에 금이 간 것까지 훤히 노출된 전시장 등 다양한 곳을 가봤지만 건설 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비계(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가 설치된 전시장은 처음이었다. 흔히 작품을 지탱하는 벽 대신 비계에 선을 연결해 작품, 그리고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조명을 달았다. 바닥엔 빨간 콘을 세워놓아 마치 건설 현장에 발을 내딛은 것 같은 생동감을 줬다.

전시장 구성 자체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생동감이 넘친 건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드론을 이용해 높은 하늘에서 훤히 내려다본 건축물의 내부 구조와 그 안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건축 현장이라고 설명하지 않으면 추상 작품이라고 생각할 만큼 독특한 조형미와 역동성을 드러냈다. 대규모 건축물은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고, 그 안에서 묵직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히어로 영화 속의 주인공 같았다.

“거대한 피사체가 아닌 인물이 보였다”
이원석 작가, 현대건설 김수정 문화홍보팀 차장 인터뷰

 

이원석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전시를 위해 이원석 작가와 현대건설의 열정이 만났다. 전시 기획 단계부터 실제 현장에서의 촬영 과정까지, 이번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이원석 작가, 현대건설 김수정 문화홍보팀 차장에게 들어봤다.

 

현대건설 김수정 문화홍보팀 차장. 사진 = 김금영 기자

-지난해 9월 래퍼 키썸과 ‘너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라(Make Your Own Style)’를 주제로 첫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그에 이은 두 번째 협업의 장이다.

김수정 차장 “과거 운동선수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근육에 다부진 몸을 주로 떠올렸다. 하지만 오늘날 우아하고 부드러운 몸짓을 지닌 김연아 선수가 세계 스포츠 선수 넘버 원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한 가지 이미지로만 정의내릴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 가득하다. 건설업 또한 그렇다. 건설업은 과거부터 대체적으로 딱딱하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이 편견을 깨기 위해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 시도의 일환으로 대중적이고 젊은 예술가들과 협업을 통해 대중과 소통의 장을 만들고자 했고, 이것이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의 시작점이었다. 키썸과 함께 만든 뮤직비디오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번엔 이원석 작가와 사진전을 마련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대부분 홍보용 사진으로 건물이 등장할 때가 많다. 하지만 건물은 그냥 지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모인 결과물이다. 그 결과물을 함께 만든 사람들의 열정을 포착해 보여주고 싶었고, 이 형태에 사진전이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전시장은 건설 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비계(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를 설치한 형태로 구성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키썸에 이어 이번엔 이원석 작가가 함께했다.

김수정 차장 “현대건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건설 현장에 참여해왔다. 현대건설 회사의 고유 DNA는 건설 현장, 그리고 그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의 열정에 있다. 그렇기에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작가와 협업하면 좋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원석 작가는 공간과 철학의 유기적인 조화를 표현하는 사진작가로, 다양한 공간과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번 컬래버레이션 작가로 뜻이 잘 맞았다.”

-협업 제안을 받고 어땠는가?

이원석 작가 “흥미로웠다. 그간 다양한 현장에 가봤지만 건설 현장엔 가본 적이 없었다. 항상 큰 울타리 안에 감춰진, 남들이 흔히 보지 못하는 숨겨져 있는 미지의 공간과도 같았다. 그 공간을, 그곳의 사람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힐스테이트신촌에서 이원석 작가가 포착한 현장. 건설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직원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 현대건설

-사진 촬영은 얼마 동안, 어디를 중심으로 진행됐나?

김수정 차장 “현대건설이 현재 시공 중인 서울제물포로지하화, 힐스테이트 신촌, 김포고촌 물류시설,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세종-포천 고속도로, 힐스테이트 이진 베이시티 등 6개 현장을 약 3개월 반 동안 촬영했다. 바다가 가까운 곳, 대규모 건축물이 지어지는 곳, 지하 공간 등 최대한 다양한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곳들이다. 이원석 작가는 단순히 현장 사진 촬영만 하는 게 아니라, 건설 현장 업무가 시작되는 시간부터 종료되는 시간까지 임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쌓았다.”

-현장에서 마음에 와 닿아 카메라 셔터를 누른 순간들이 궁금하다.

이원석 작가 “현장답사를 먼저 가서 대략적인 구조와 분위기를 파악한 뒤 본 촬영의 개요를 잡아 촬영했다. 하지만 건설현장은 매일매일 환경이 유동적으로 바뀌기에 항상 계획한 대로만 촬영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찍어 흐릿한 사진도 있지만, 그조차도 현장의 매력이었다. 촬영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안전 규정을 꼭 준수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것, 의도적으로 연출하지 않는 것이다. 최대한 현장을 있는 그대로 담아 보여주고 싶었다.

현장에서 가장 느낌을 강렬하게 받은 순간은 바로 현대건설 직원들의 얼굴을 볼 때였다. 이번 전시 주제가 ‘건설 이즈 열정 ; 현대적인 삶, 건설적인 사람’이다. 보통 하는 일에 의욕이 없으면 기계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들의 얼굴에서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사람들 자체가 작품이자, 이번 전시의 주제였다. 거대한 피사체가 아닌 인물이 보이더라. 그 표정을 담고 싶어 1초에 스무 장씩 찍히는 카메라를 사용하기도, 때로는 공간과 사람 모두를 보여주기 위해 드론을 사용해 촬영하기도 했다.”

 

‘건설 이즈 열정 ; 현대적인 삶, 건설적인 사람’은 지난해 9월 래퍼 키썸과의 ‘건설 이즈 챌린지’에 이어 현대건설이 두 번째로 선보인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이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전시장에 비계를 설치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비롯됐나?

이원석 작가 “현장에서 느낀 감동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통상적인 흰 벽을 설치했다면 좀 더 전시가 수월했겠지만, 비계를 이용하면 현장감을 더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 제안했다. 비계 구조에 맞추기 위해 작품 사이즈는 24 x 36인치로 조절했다. 조명, 빨간 콘 등도 전시장에 활용했다. 바닥엔 화살표 표시를 여러 곳에다 뒀다. 전시를 보는 순서를 제시하지 않고 자유롭게 아무 방향으로 들어가서 현장을 탐방하듯 작품을 보길 바랐다.”

-비계가 익숙한 현대건설의 사람들과, 익숙하지 않는 일반 관람객의 반응이 다양했겠다.

김수정 차장 “직원들은 익숙한 현장의 모습이 로비에 펼쳐져 친근해했다. 일반 관람객의 경우 처음엔 ‘공사 현장인가?’ 하며 갸우뚱하다가 이내 호기심을 갖고 전시를 관람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 또는 현대건설의 사내 전시 차원으로 한정지은 게 아니라, 건설업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 ‘스페이스 오디세이’. 사진 = 현대건설

-대표 작품을 소개하자면?

이원석 작가 “원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정말 현장이 영화 같았다. 작품명에도 이를 녹였다. 메인 작품명은 ‘스페이스 오디세이’다. 거대한 건축물 현장에 인간이 오롯이 서 있는데 그 모습이 SF영화 속 한 장면 같이 웅장하게 느껴졌다. 드론을 높이 띄워서 내려다본 건축물의 내부 구조가 마치 컴퓨터 부품 같아 ‘CPU’라고 작품명을 짓기도 했다.

직원들이 풍량을 측량하는 모습에서는 집중력을 요하는 ‘스나이퍼’가 보여 작품명으로 넣었다. ‘더 워리어’ 작품도 좋아한다. 건설 현장에 가보니 모든 건물이 그냥 지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와 닿았다. 그 현장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이 강인한 전사로 느껴졌다.”

 

이원석 작가와 현대건설은 이번 전시에서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직원들의 열정에 주목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비롯해 젊은 고객과의 소통 확대를 위해 2018년 선보인 웹드라마도 흥미로웠다. 전문 배우뿐 아니라 사내 오디션을 진행해 직원들도 출연했다. 이번 전시장에서도 웹드라마에 출연했던 직원이 작품을 구경하는 모습을 우연히 봤는데 괜히 연예인을 본 기분이더라.

김수정 차장 “출연 직원이 들으면 기뻐하겠다(웃음). 유튜브 및 온라인 채널을 통해 웹드라마 ‘설레는 직딩청춘, 현대건썰’ 총 4편을 제작해 선보였다. 토목사업본부에서 부서 OJT(On The Job Training: 실무 부서 배치 교육)를 시작하는 신입사원 ‘현대건’이 현대건설에 입사해 겪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부서 배치 첫날 신입사원이 겪는 일반적인 실수담을 비롯해, 현대건설은 회의와 현장 답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등 기업문화를 보여줬다. 여기에 신입사원들의 면접 과정까지 보여주며 청년의 꿈과 열정에 대해 다뤘다.

일반적인 이론을 담은 딱딱한 내용보다는 재미있는 대본을 바탕으로 한 웹드라마를 통해 사회 초년생들에게 공감, 재미, 위안을 주고, 나아가 창의적이고 열정이 묻어나는 현대건설 임직원과 변화하는 기업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문화 홍보팀과 전문 인력이 힘을 합쳐 대본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함께 완성했다. 웹드라마 1화 조회수가 23만 회가 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대건설은 2018년 웹드라마 ‘설레는 직딩청춘, 현대건썰’ 총 4편을 제작해 선보였다. 사진 = 현대건설

-웹드라마부터 키썸과 이원석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까지 모두 열정, 특히 청년의 꿈을 응원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느껴진다.

김수정 차장 “아트 컬래버레이션은 건설업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벗고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갖기 위한 마음에서 기획됐다. 특히 앞으로의 산업을 이끌어갈 젊은 층에 보다 어필할 수 있는 자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젊은 층의 성장은 국가 경제의 발전으로도 이어진다. 그렇기에 젊은 층의 꿈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자리가 만들어지길 바라고, 현대건설도 여기에 힘을 보태며 친근한 이미지로 함께 하고 싶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래퍼 키썸과 첫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으로, ‘건설 이즈 챌린지’를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사진 = 현대건설

-추후 작업 계획은?

이원석 작가 “현대건설이 국내에서만 건물을 짓는 게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땀이 느껴지는 건축 현장을 찾아가 촬영해보고 싶다.”

김수정 차장 “뮤직비디오와 이번 전시까지 계속 새로운 시도 중이다. 보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친근한 콘텐츠로 현대건설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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