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정 평론가의 더 갤러리 (58)] ‘코로나와 함께 시대’의 미술 변신, 어디까지 가능한가

다아트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기자 2020.12.15 10:14:02

(문화경제 =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코로나19로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전시장의 풍경도 바뀌었다. 전시는 연기되거나 취소되었고 미술관이 휴관하는 일도 생겼다. 전시가 열리더라도 많은 경우 예약제로 운영되었으며 전시장에 오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전시 및 작품이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었다. 직접 작품을 마주하며 이뤄지던, 그동안 필수적이며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감상의 횟수가 줄어들었고,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참여하기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장의 미술인들은 코로나 일상 시대의 미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미술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재하는 특정한 공간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었고, 전시 감상과 교육 프로그램의 방식도 바뀌었다. 또한 미술계에서는 코로나19 시대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일상 시대에 미술(전시 및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또한 그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답변을 부탁한다.’

 

‘2020 아르코미술관 열린교육 스스로도슨트’. 사진 제공: 아르코미술관

“접촉불가 탓 정지 아니라 다른 방식 제안하고 연결해야”
김미정(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코로나로 인해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대면이 불가해졌다는 점이다. 계획했던 전시는 연기되거나, 열게 되더라도 입장 가능한 관객 수는 한정되었으며 최악의 경우 전시를 아예 볼 수 없기도 했다. 이에 각 미술 공간들이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어디서든 전시 및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었다. 각 공간들은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기록 영상과 전시 영상 라이브를 송출했고 웨비나(webinar)가 성행했으며 덕분에 굳이 그곳에 가지 않아도 내가 편한 장소에서 정보를 받는 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전시를 단지 화면을 통해 봐야 한다는 제한적인 조건은 기획자인 내게 큰 과제였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대면하면서 느끼는 감각과 감상이 분명 존재하는데 이를 온라인으로 어떻게 구현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물론 최근 매체 실험이 다각화되면서 기술을 활용한 작품이 많아지고 이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 혹은 디바이스를 고려한 전시를 구현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김웅용, ‘WAKE’, 단채널 비디오 설치, 19분 10초, 2019. 사진 제공: 아르코미술관

그러던 중 어떤 전시장에서, 픽셀로 만들어진 자연의 이미지를 진짜인 듯 대하며 즐겁게 노니는 관객들을 보게 되었다. 모사된 존재에의 매혹은 이미 일상이 되었지만, 그 풍경은 예술이 직면의 경험이나 가상 세계를 체험하는 포털(portal)과 동기화된 것처럼 보여 혼란스러웠다. 기술과 융합된 예술의 새로운 형태에 대한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실제 전시장에 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 혹은 공간의 생경함과 냄새 등 시각 외 동반되는 감각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화려한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눈앞에 펼쳐주는 일이 내가 기대하는 미래의 예술은 아닌 듯하다. 도리어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접촉할 수 없다고 해서 정지하는 게 아닌, 그의 다른 방식을 제안하고 가능성을 연결하는 것이다. 때문에 코로나가 시작되고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형식을 탈바꿈한 예술에 대한 기대보다 겪어 보지 못한 세계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가 여전히 작가나 기획자에게 더 중요한 과제처럼 보인다.
 

제7회 청주국제현대미술전 ‘한국·프랑스 Korean Artists 특별전’. 사진 제공=쉐마미술관 

“집콕이 문화예술 통해 보다 즐거워질 수 있도록”
이민영(아르코미술관 미술관운영부 대리)


코로나19로 인해 아르코미술관에서도 준비하고 있던 모든 대면 교육 프로그램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전시 또한 관람객을 제한적으로 받고 있다. 그만큼 문화예술 관람과 활동의 기회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미술관 교육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화예술 활동을 멈추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아르코미술관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미술관에서 활동해야 하는 전문가(작가, 큐레이터, 에듀케이터 등)들에게 창작활동을 보여주거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현장 전문가 4명이 온라인으로 던진 대화 주제에 신진 작가들이 포스터로 답하는 ‘아트토크_묻고 답하는 온(오)프라인 포스터’를 진행했는데, 지원작은 온라인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주제별로 선정된 12점의 작품은 미술관 밖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윈도우 전시로 소개되었다. 또한 미술관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미술관 밖에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스스로 도슨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스로 도슨트’는 대학로 곳곳에 설치된 야외조각과 건축물에 대한 해설 영상을 QR코드를 통해 제공해 감상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현재는 ‘집콕’ 생활이 문화예술을 통해 보다 즐거워질 수 있도록 건축 키트, 그림책 식물 키트 등의 다양한 교육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미술관 교육은 창작자와 관객 모두 문화예술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현장에서 누렸던 문화예술 활동의 즐거움을 어떻게 비대면, 온라인으로 실현할 것인지 고민하는 중이다.
 

‘다음 전시 준비 중’, 갤러리플래닛 전시 전경. 2019 ⓒ정소라

“가상공간에서의 미술은 현실대체 아닌 확장 돼야”
정소라(독립 큐레이터, 네트쇼 기획자)


여전히 대부분의 전시는 물리적 장소에서의 작품을 대면하는 경험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리적 장소에 놓인 작품 앞에서의 현존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의 가상공간에서의 예술 체험에 답답해하던 대중들이 서서히 이에 익숙해지고 있고, 기관들이나 창작자들 역시 비대면의 장점과 특징을 파악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온라인을 플랫폼으로 하는 예술 프로그램들은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까지 온라인은 VR 전시체험처럼 실재하는 현실 세계의 프로그램들을 단순히 재현하거나, 세미나와 심포지엄 같은 공공 프로그램을 라이브로 송출하는 데 활용되었다. 이와는 달리 앞으로는 온라인의 비물질성, 시공간의 경계 확장, 용이한 접근성, 즉각적인 소통, 에너지 절약 등 여러 특징들을 고려하여 실재하는 장소로부터 독립된 공간으로서의 온라인에 주목하고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게 될 것 같다. 즉 실재 세계를 보조하는 차원으로서 온라인이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기획들이 많아질 것이다. 또한 국제간, 지역 간의 교류가 쉽지 않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의 ‘do it’ 전시와 유사한 방식이 대중화될 수 있다. 전 세계에 흩어진 미술관과 예술가들이 전시 콘셉트를 공유하고 그것을 각 지역에서 물리적으로 실현시키는 방법이다.

앞으로 요구되는 미술계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자면, 미술계 구성원 모두가 코로나 시대를 가져온 원인을 근본적으로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재난의 상황을 극복해나가기 위해 비대면의 방식들을 연구하는 것 못지않게,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간 행동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이 필요하며, 그 역할 수행에 미술계의 여러 기관들과 종사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예로, 인류가 삶의 편리성, 진보를 위해 지난 오랜 시간 동안 훼손시킨 지구 환경에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들이 증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 이상 재난 상황에서의 예술의 역할을 치유와 위로로 한정지어서는 안된다. 미술 기관은 미래에 닥칠 또 다른 재난 상황을 예측, 진단하고 그러한 재난의 원인인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며, 더 나아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예술 실천들을 기획하고 생산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랑이는 살아있다(Tiger Lives)’ 전시연계프로그램 ‘애프터워크살롱’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감상공간의 제약 사라지고 생태 관심 높아진다”
조민경(코리아나미술관 전시해설사)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삶의 방식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올 한해 팬데믹을 겪은 사람들은 지구의 생태 위기를 인지했으며 온라인을 공간이동 제약의 대안 방안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인간 삶의 변화는 예술계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이전의 미술관은 실물 감상 기반 교육이 가능한 특수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의 장기화는 미술관 교육이 이전까지 강조했던 현실에서의 실제 경험의 가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는 결국 미술관 교육 방식의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스크린 속 초연결사회를 경험한 팬데믹 이후의 사람들은 온라인이 꽤 괜찮은 현실의 대안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넷 아트 같은 예술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미술 감상 공간의 제약이 점점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미술관 교육은 온라인을 이용한 플랫폼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한편, 팬데믹으로 인한 삶의 위협은 생태에 대한 관심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주제에 있어서도 삶의 터전을 보전하기 위한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의 프로그램이 다수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와 함께’ 통해 미래를 생각하는 힘”
홍성임(아트 어드바이저)

올해 어드바이저로 참여한 전시 ‘퓨처데이즈_시간의 공간’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번 전시는 ‘XR(eXtended Reality)이라는 첨단 기술을 예술에 도입하여 이뤄졌다. 회화, 조각, 설치작품이 놓여있는 전시장을 디바이스(태블릿PC, 스마트폰, MS홀로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물리적으로 비어있는 공간이 XR이미지로 채워져,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어 시공을 넘나드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관객은 이곳에서 공간이 작품이 되는, 그 안에서 스스로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과 함께 작품, 작가, 관객의 소통을 넘어 기술과도 상호작용하는 비정형적 새로운 예술의 생성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새로운 예술을 보여주는 장(場)에 그치지 않고 ‘XR ART’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 없이 개인의 공간에서 맘껏 즐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앞둔 교육의 장(場)임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의 의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지각변동을 환기시킨다. 삶에 깊이 자리한 기술이 예술의 표현 도구가 되어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보여주는지, 이에 따른 작품의 감상과 소비가 이 시대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기회인 것이다. 이처럼 변화된 삶을 위한 예술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추구는 예측 불가능한 혼란인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도 미래를 사유하는 힘의 역할을 할 것이다.
 

‘가로지르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진 제공=쉐마미술관

“상호교류 보장하는 온라인 미술교육 시스템 필요”
한영애(쉐마미술관 학예실장)


쉐마미술관은 국공립미술관이 휴관을 하는 동안에도 최대한 전시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문화를 향유하고 싶은 관객을 위해 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준비했다. 미술관에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모바일 앱을 통해 전시 전경을 보여주는 VR도 제공했다. 그러나 VR로는 전시를 온전히 경험할 수 없다. 또한 VR을 제작할 때 전시를 그저 친절히 보여주는 데에서 끝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VR을 보고 전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실제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미술관 교육은 △꽃보다 당신4: 문화가 있는 날 △가로지르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아트스타(Art Star): 유아문화예술교육 총 세 개를 진행했고 모두 대면 교육이었다. 비대면을 논의했으나 문화예술교육을 받는 기관에서 위험 단계가 올라가면 수업을 중단하더라도 미술관에서 대면 수업을 하길 원했다. 현장에서의 감성, 경험, 느낌, 교감과 피드백을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관련해 계속 고민하고 있고, 비대면 수업도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한 대책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준비가 미흡한 채로 진행되는 단발적인 온라인 교육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상호교류가 일어나지 않는 동영상 하나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문화예술에 통용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 구축이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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