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형경-김신일 2인전 'INㆍOUT' 현장. (사진 = 갤러리 퍼플)

조각과 그림이 만나는 배형경-김신일 2인전 ‘IN-OUT’이 경기도 남양주시 갤러리퍼플에서 5월 28일 열려 7월 10일까지 계속된다.

두 작가 모두 본질과 내면에 집중해 사유와 성찰을 통해 표현한다. 작품들이 펼쳐진 전시장은 ‘인간의 실존’과 ‘마음의 작용’이란 정의 내리기 힘든 무형의 존재를 시각화해 드러낸다.

인간 실존에 대한 꾸준한 질문을 던지며 절제된 표현과 거친 질감으로 답하고자 하는 배형경 작가는 청동이라는 무게감 있는 재료의 특성, 그리고 특정하지 않은 인간상을 조각하며 본질에 주목한다.

그의 작업을 마주하면 내재된 불안, 그리고 원초적인 우울감이 느껴진다. 공간을 채운 독립적이면서 비관계적인 군상들은, 허무하고 정적인 태도로 현실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우리 삶의 무게를 보는 듯하다.

배 작가는 전시된 16점의 작품을 통해 삶과 존재를 묻는다. 1980년대 격동의 시절부터 시작된 작가의 인간에 대한 고뇌는 현재진행형이며,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해온 비극을 담아 보여준다.

김신일 작 2. '오색사이-마', '오색사이-음'. Epoxy, PVC, ABS, LED, Microwave sensor, 180 x 120 x 6.5 cm, 2020

김신일 작가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일반화된 상식이나 고정관념을 넘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체와 생각(마음)의 간극을 좁히고 직관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만물은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한 김 작가는 잉크 없는 펜으로 눌러 그린 압인 드로잉 작품 ‘Door’에서 빛의 각도에 따라 드러나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선 그림자를 통해 존재와 부재를 동시에 표현한다. 의도적으로 ‘문’을 생략함으로써 관람자는 마음의 눈을 통해 누락된 정보를 채워 넣으면서 이미지 완성에 참여하게 된다.

‘다섯가지 색은 눈을 멀게 한다’는 도덕경의 구절에서 출발한 작품 ‘오색사이’는 정의된 시선으로 스스로를 억압하는 상황 속 사이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 작용을 응시한다. 그는 용도를 벗어난 폐품 이미지를 통해 과거의 용도와 미래의 새로운 탄생 사이에 있는 또 하나의 변화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배형경 작가 노트>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숨쉬고
생각하고
사물을 만져보고
읽고
안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다른세상을 상상하고
꿈꾸고
그리고
알수 없는 것들을 느끼고
감동하고
생각하고
만든다

<김신일 작가 노트>

잉크 없는 펜으로 흰 종이의 표면을 누르면서 그린 ‘압인 드로잉’, 그 수백 장을 이어 만든 영상작업 ‘Door’는 색으로 표시되지 않은 ‘없음’과 종이에 비춰지는 빛 방향의 변화에 따라 드러나는 선 그림자의 ‘있음’을 동시에 표현하려 했던, 두 시각적 극단을 포용하려는 시도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Door’와 ‘오색사이’를 한 자리에 놓는다.

‘오색사이’는 그간의 작업 과정에서 나온 생각과 태도의 또 다른 결과이다. 세상에 있는 다양한 수만 가지 색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정의’의 측면을 오색(五色)이라 가정하고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즉 고정된 생각을 은유적으로 와해하려는 시각적 시도였다.

17년 전 작품과 현재 질문하고 있는 작품을 병치시킴으로써 사유의 질적 향상이라는 순간이 마치 문을 열어 보아도 여전히 확연해지지 않아 그 길을 찾아 나서듯,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작가를 반영한다. 그것은 그 문의 경계에 머무르려 노력하며 무언가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현재의 모습일 수 있다.

함께 전시하는 작가 배형경 선생님의 작품은 생(生)과 고뇌의 근원을 찾아 나서는, 지금 현재 그 문을 열고닫기를 반복하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내 작품관의 한 부분과 상응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작품이란 인간의 생(生)과 고(苦)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생성되고 동시에 살아있음을 드러내주는 작가의 실천으로 보기 때문이다.

*갤러리 퍼플 주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월문리 317-21번지(수레로 457-1)이며, 대중교통은 지하철 중앙선 덕소역에서 내려 60번 버스를 타고 월문교 정류소에서 하차하면 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 ~ 오후 6시이며, 일-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