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과 르누아르 비교 감상하는 귀한 기회...예술의전당·지엔씨미디어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

세잔, 구조적 ·도형적인 표현 vs. 르누아르, 예쁘고 유쾌하게...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한 세잔 작품 20점, 르누아르 작품 27점, 피카소 작품 2점, 케스반 동언의 기욤 초상화 1점까지

다아트 안용호 기자 2025.09.22 18:56:07

전시 전경. 사진=예술의전당
기자간담회 모습(왼쪽부터 나탈리 바게르-베르디에 오랑주리 미술관 부관장, 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미술관 큐레이터, 스테파니 드 브라방데 오르세 미술과 국제전시 총괄, 김세연 예술의전당 예술협력본부장, 홍성일 지앤씨미디어 대표). 사진=예술의전당

“인상주의 작가인 세잔과 르누와르가 초상화, 정물, 풍경 등 같은 주제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지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오랑주리 미술관 큐레이터인 세실 지라르도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세잔과 르누아르를 한 공간에서 비교하며 감상할 기회는 흔치 않다. 예술의전당과 지엔씨미디어는 9월 20일부터 2026년 1월 25일까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를 개최한다.

세잔 '세잔 부인의 초상(오른쪽)'과 르누아르 '광대 옷을 입은 클로드 르누아르'(왼쪽)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미술관 큐레이터(흰 옷).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첫 전시실부터 관객은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을 함께 만난다. 세잔의 '세잔 부인의 초상'과 르누아르의 '광대 옷을 입은 클로드 르누아르'가 초입에 나란히 걸려있다. 인상주의라고 하면 풍경화를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두 작가는 초상화를 끊임없이 추구했다.

먼저 '세잔 부인의 초상화'는 세잔이 가장 사랑했던 모델 중 하나인 부인을 그린 것으로 구조적이며 눈 아래 주름까지 도드라지게 그렸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초상화 주인공의 감정 전달 없이 구조적으로만 표현된 방법이다. 초상화 속 부인이 입은 옷조차도 구조적, 도형적으로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세잔이 자신의 부인을 그리길 좋아했던 것은, 그녀가 무표정으로 포즈를 잡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르누아르의 초상화에서는 막내아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밝게 빛나는 머릿결, 파란 눈, 부드러운 옷감, 옷감의 붉은색이 아들을 향한 작가의 마음과 사랑이 잘 전달되는 초상화이다.

전시 전경. 왼쪽부터 르누아르 '영국 배나무', '알제리 풍경, 야생 여성의 협곡'. 사진=예술의전당
전시 전경. 왼쪽부터 세잔 '붉은 바위', '샤토 누아르 공원에서'. 사진=예술의전당

다음 전시 공간에서는 두 작가의 풍경화를 볼 수 있다. 인상주의의 모범이 되는 풍경화를 만나는 이 전시 공간에서는 세잔과 르누와르가 밖에서의 모든 장면을 담으려 했던 작품을 보여준다.


르누아르는 붓 터치감으로 바람에 실려 움직이는 나뭇잎을 표현하고 한 여름의 더운 날씨마저 그림에 담는다. 이에 비해 세잔의 풍경화 지붕은 도형적으로 표현되며, 나무가 작품 전체를 지나가는 과감한 선으로 표현된다. 붉은 바위는 작품을 대각선으로 지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시 전경. 르누아르 '극장 특별 관람석의 꽃다발'에 관해 이야기하는 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미술관 큐레이터.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전경, 세잔 '수프 그릇이 있는 정물'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두 작가의 정물화를 모은 공간에서는 먼저 극장 좌석에 높인 꽃다발을 그린 르누와르의 작품을 만난다. 그는 전 생애동안 꽃을 표현하길 즐겨 했는데, 꽃다발이 아름답고 엘레강스한 파리의 한 여인에게 바쳐질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비해 세잔의 정물화는 공간감이 느껴진다. 테이블이 이상하게 많이 올라와 있고, 사과는 원형의 모습을 띠어 세잔이 추구했던 길의 시초를 확인할 수 있다. 초상화의 대비처럼 정물화도 세잔의 정물화는 구조적이며, 르누아르는 부드러움을 표현했다.

전시전경. 왼쪽부터 르누아르 '풍경 속 여인의 누드', '목욕하는 긴 머리의 여인', '앉아서 다리를 닦고 있는 목욕하는 여인'.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전경. 왼쪽부터 세잔 '세 명의 목욕하는 여인들'. '다섯 명의 목욕하는 사람들', '목욕하는 사람들'.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전경. 세잔 '배와 목욕하는 사람들'.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목욕하는 여인들을 그린 르누아르의 작품은 인물이 자연과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는 방법과 하모니를 찾는 작가의 색감을 찾아볼 수 있다. 인물의 살결이나 주인공 자신이 자연 속에서 잘 드러나며 어느 순간부터 배경 속에 녹아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세잔은 인체의 표현이 도형적, 구조적으로 표현되며, 심지어 검은 선으로 인체를 그려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람과 자연이 분리되어 보이도록 한다.

전시 전경. 르누아르 '피아노 치는 소녀들'.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다시 인물을 그린 그림들로 돌아가자.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은 작가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국가가 작가에게 요청한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작가가 즐거워하며 기쁨으로 즐기며 그린 순간과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얼굴과 손에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과 옷 주름, 리본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전시 전경. 르누아르 '눈 내린 풍경'(왼쪽)과 세잔 '나무와 집'(오른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마지막 전시 공간으로 가기 전, 관객은 세잔과 르누아르의 겨울 풍경을 담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세잔은 남부에 주로 머물렀기 때문에 항상 여름의 빛을 표현했는데, 그래서 겨울의 풍경을 담은 작품은 흔하지 않다.

전시 전경. 르누아르 '누워 있는 여인의 누드'(왼쪽)와 피카소 '천을 두른 누드'(오른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의 마지막은 세잔과 르누아르의 예술적 영향을 크게 받은 피카소를 담았다. 세잔과 르누와르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소장하기도 했던 피카소는 세잔의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분석적 시각과 견고한 구성에 영감을 얻어 20세기 초 급진적 입체주의를 실험했다. 한편, 피카소는 르누아르가 인물을 표현한 방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피카소의 '천을 두른 누드'는 르누아르의 누드 작품 속 여성의 인체 모습과 형태가 유사한 것을 보여 준다. 피카소의 '대 정물'은 세잔의 정물 '사과와 비스킷'의 영향을 받았음이 느껴진다.

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미술관 큐레이터는 “세잔과 르누아르를 한 자리에 나란히 놓는다는 것이 다소 의외라고 느껴질 수 있다. 세잔은 자연을 원기둥, 구, 원뿔로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고, 르누아르는 그림을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풍경화부터 정물화, 초상화,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목욕하는 사람들까지 독창적인 두 화가의 작품 세계를 한데 엮어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전시 전경. 케스 반 동언이 그린 '폴 기욤의 초상'. 사진=예술의전당

한편, 전시에서 만나는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은 폴 기욤의 수집에 기반을 둔다. 그는 20세기 초 파리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작품 수집가이자 화상이다. 그의 아파트에는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이 마티스, 피카소 등과 함께 나란히 전시되며, 두 화가는 전통성과 혁신을 겸비한 예술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아내 도메니카 발테르가 그의 유산을 정리하고 발전시켰으며, 이 컬렉션은 오늘날 오랑주리 미술관의 '발테르-기욤 컬렉션'으로 계승되어 세잔과 르누아르의 예술 세계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케스 반 동언이 그린 '폴 기욤의 초상'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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