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아트 안용호 기자 2025.04.28 19:32:37
현대미술가 강서경(1977–2025)이 4월 27일에 향년 48세로 하늘나라도 떠났다. 국제갤러리는 수많은 미술계 인사 및 동료 작가들이 작가의 작고 소식에 조의를 전하고 있으며, 국제갤러리 또한 작가의 예술적 헌신과 여정을 기리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강서경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함과 동시에 전통을 현재의 시점으로 소환해 새로운 시공간을 구축하고자 모색해 왔다. 20여 년의 예술적 여정 동안 작가는 사회 속 개인에게 허락된 자리, 나와 더불어 사는 타인들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이 인지되고 관계 맺는 ‘진정한 경치(眞景)’를 늘 고민했다. 작가는 이를 위해 자신의 신체 및 개인사에서 추출한 서사적 요소들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전통적 개념과 방법론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직조하며 한국 현대미술에 중요한 자취를 남겼다.
작가의 유족은 고인을 회상하며 "어지럽고 혼탁한 현 세상에서, 강서경 작가는 우리가 꼭 간직해야 할 ‘아시아적 가치’를 맑은 영혼으로 지켜내고 이를 예술로 승화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특히 작가가 자신의 할머니를 추억하며 제작한 대표작 〈그랜드마더타워〉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할 전통과 공동체의 가치를 섬세하게 담아낸 강서경의 예술 세계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작가의 주요 개념을 담은 다른 대표작으로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기호를 참조하여 사각과 격자 형태를 띤 〈정井〉,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지칭하는 단어인 '모라(Mora)'의 개념에서 착안, 이에 시간을 담고 서사를 쌓아올리는 회화 작품의 단위로 치환한 〈모라〉,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에서 춤을 추는 공간의 경계가 되는 화문석에서 착안된 〈자리〉 등의 작품군이 있다. 아울러 작가는 〈그랜드마더타워〉, 〈좁은 초원〉, 〈둥근 유랑〉 등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한편,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산〉, 〈귀〉, 〈아워스〉, 〈기둥〉, 〈바닥〉 등 변주된 형식의 다양한 조각 설치 작품군으로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시도했다.
강서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회화과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활동하며 수많은 예술계 인재들을 배출하는 데 헌신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Suki Seokyeong Kang: Mountain—Hour—Face》(덴버 현대미술관, 2025), 《마치》(국제갤러리, 서울, 2024),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리움미술관, 서울, 2023), 《사각 생각 삼각》(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9), 《Suki Seokyeong Kang》(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2019), 《Black Mat Oriole》(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 2018), 《발 과 달》(시청각, 서울, 2015), 《치효치효鴟鴞鴟鴞》(갤러리팩토리, 서울, 2013), 《GRANDMOTHER TOWER》(오래된 집, 서울, 2013) 등이 있다. 또한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미니애폴리스 미술관, 2024),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필라델피아 미술관, 2023), 《춤추는 낱말》(서울시립미술관, 2022), 《Dependent Objects》(시카고 현대미술관, 2021), 《25 years of the Mudam Collection》(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2020),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6)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단체전을 가졌다.
이외에도 작가는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2019)의 본전시에 참여하였으며, 제12회 상하이 비엔날레(2018), 제10회 리버풀 비엔날레(2018), 제11회 및 제12회 광주비엔날레(2016, 2018) 등 국제적인 규모의 비엔날레에도 활발히 참가했다. 작가는 2018년 아트 바젤에서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과 2013년 제13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에는 블룸버그 뉴 컨템포러리(Bloomberg New Contemporaries)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4월 30일에 있을 예정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