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곳곳에 미디어아트, 부산시립미술관 2025 루프 랩 부산 “대중 주도하는 미래형 미술관으로”

공공 및 사립 미술관, 대안 공간, 갤러리를 포함한 약 26개의 문화 공간에서 열려

다아트 안용호 기자 2025.05.02 19:36:27

'토니 아워슬러: A Projective Installation'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루프 랩 부산은 루프 랩 부산은 세계 아티스트, 갤러리, 컬렉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아트 플랫폼이다. 디지털 및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이번 행사는 문화와 혁신의 중심지인 부산에서 그 첫걸음을 시작한다.

 

‘루프 랩 부산’은 공공 및 사립 미술관, 대안 공간, 갤러리를 포함한 약 26개의 문화 공간에서 열리는 협력적인 디지털 및 미디어 아트 행사로, 기술과 인간성의 연결을 탐구하는 플랫폼인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전시와 함께 글로벌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와 토론을 진행하는 루프 랩 부산 포럼과 아시아 최초의 디지털 및 미디어 아트 전문 마켓인 루프 랩 부산 페어가 개최된다. 이 전시는 지역과 글로벌 영향을 융합하는 협력적인 축제로, 최정상급 큐레이터들과 함께 혁신과 문화 교류를 촉진한다. 관람객들은 비디오, 설치 미술, 가상 현실(VR), 퍼포먼스, AI 기반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현대 디지털 아트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부산이 디지털 창작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할 것이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의 안내로, 먼저 F1963 석천홀에서 전시되는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토니 아워슬러(Tony Oursler)의 대형 설치작품을 만났다. 서 관장은 토니 아워슬러의 작품이 이렇게 큰 규모로 거대하게 설치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토니 아워슬러: A Projective Installation'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토니 아워슬러: A Projective Installation'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토니 아워슬러: A Projective Installation' 토니 아워슬러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토니 아워슬러는 특정 오브제를 만들고 그 오브제에 맞춰서 영상을 프로젝션하는 방식, 즉 컨텍스트 맵핑으로 유명하다. 그는 1957년 미국 뉴욕 출생의 미디어 작가로서 비디오, 조각, 퍼포먼스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다양한 소재를 실험적인 매체로 해석하며, 보이지 않는 감정과 무형의 존재를 시각화하는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퐁피두 센터, 테이트 모던 등 세계 유수의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국제 비엔날레에서도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작품《Lock 2, 4, 6》은 1997년 발표 이후 디지털 시대의 심리적 감금과 감시를 시각화한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관람객은 미로처럼 배치된 다양한 대형 패널 사이를 오가며 여러 비디오 이미지에 담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옛 와이어 공장의 흔적이 남아있는 문화재생공간 F1963에서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의 대표작이 색다르게 연출되고 있다.

'무빙 온 아시아'가 열리는 부산 도모헌.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옛 부산시장 관사였던 도모헌에서는 ‘무빙 온 아시아’가 열린다. 아시아 15개국, 21명의 기획자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시대 영상예술을 소개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영상 작품은 기존과는 다르게 비선형의 시간 감각, 디지털 비트의 조합, 탈 지역적 공통성 등을 실험하며 익숙한 시네마의 언어를 낯설게 만든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선보이는 일부 작업들은 기술적 실험성과 더불어, 역사의 복원, 사회의 재구성, 본원의 신체 언어 등을 통해, 관객을 익숙하고 일반적인 감각의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도모헌 내 ‘무빙 온 아시아’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장우진 작가의 영상.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또한 이번 전시는 영화관의 블랙박스와 전시장의 화이트큐브,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해체를 실험한다. 이는 관람객이 영상을 응시하고, 그 앞에 머무는 방식의 재고를 통해, 영상예술의 예술적, 사회적 여운을 더욱 다차원적으로 확장한다.

‘무빙 온 아시아’에서는 투안 마미(베트남), 에녹 첸(대만), 이본느 카니(인도네시아), 푸와민 인디(태국), 게리-로스 파스트라나(필리핀), 유스케 사사키(일본), 암리타 헤피(호주), 장우진(한국), 게리 젝시 장(중국) 등의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특히 장우진 작가는 사회 참여적, 고발적 작품을 보여주는데 미군 캠프, 방사능 오염물질 같은 소재를 진지함이 아닌 가볍게 비꼬면서 풍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정원 '디지털 서브컬처'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부산시립미술관 정원 '디지털 서브컬처'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부산시립미술관 정원 '디지털 서브컬처'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다음 전시 현장은 현재 공사 중인 부산시립미물관 앞 정원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내년 가을 재개관할 예정이다. ‘디지털 서브 컬처’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는 현대 미술 작가부터 SNS 온라인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총 28개국 45명의 디지털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한다. LED 스크린 패널 31개를 설치해 디지털 숲을 자연환경과 함께 만들었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의 상위문화와 하위문화, 다시 말해 컨템퍼러리 아트와 대중문화 또는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완벽하게 해체되는 동시대 디지털 문화를 보여준다. 서진석 관장은 이를 “Everybody can be creators”라고 특징지었다.

 

“이 작가들의 특징은 먼저 가시성입니다. 이미지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창작 이미지의 가시성이 뛰어나야 합니다. 둘째 휘발성을 전제로 합니다. 1시간•2시간 짜리, 5분•10분이 아니라 5초•10초로 휘발성 있게 지나갑니다. 또 전 세계 어디서든 이 작업을 볼 수 있는 유동성, 인지 과잉 시대에 재미난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는 유희성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보시면 예쁘고 대중적이면서도 미학성도 양가적으로 가지고 있는 작품이 많습니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시대 비정형 추상성의 새로운 미학적 실험을 보여주는 ‘디지털 추상’, 디지털 기반의 신다다이즘을 표방하는 ‘다다의 빛’, 기술과 자연 간 이원론적 사고의 공존을 넘어 완벽하게 일원화된 융합의 미래 사회 환경을 제안하는 ‘미러링 네이처’, 오늘날 소셜 미디어에서 생산되는 인간과 기계, 실제와 허상의 경계에 있는 신인류를 소개하는 ‘미러링 휴먼’ 등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영상은 부산시청 안 미디어플랫폼, 김해공항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술관이라는 화이트 큐브, 영화관이라는 블랙 큐브를 벗어나 자연과 도시 환경 안에서 이런 작업이 펼쳐질 때 어떤 방식으로 체험이 확장되는지 실험하기 위해 실내가 아니라 실외 자연환경에 설치됐다. 서진석 관장은 “과거 미술관이 전문가 집단의 권력과 권위를 갖고 움직였다면, 이번 전시는 그 권력이 대중에게 넘어가는 미래형 미술관의 모습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루프 랩 부산 아트페어 전경(필레브넬리, 이스탄불).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루프 랩 부산 아트페어 전경(타엑스, 런던).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루프 랩 부산 아트페어 전경(박제성, 서울).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한편, 루프 랩 부산 아트페어가 그랜드 조선 부산 13층에서 열렸다. 지난 4월 26일 폐막한 이 아트페어는 '호텔 속 객실'에서 열렸다. 객실로 가득한 호텔 한 층을 하나의 아트페어 전시장으로 설정하고, 각 객실을 아트페어 부스로 활용했다.

에스더쉬퍼, 갤러리 파오,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 징크 등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루프 랩 부산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각 객실에 들어서면 기존 TV나 새로 설치한 대형 TV에서 작가들의 디지털 미디어 아트 영상이 나온다. 호텔 객실 내 의자나 침대에 편안히 걸터앉아 작품을 감상하거나 바다 풍경과 함께 작품을 즐기는 재미가 남달랐다.

이광기 네온사인과 전광판을 이용한 시리즈.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이광기, 카메라 작동 중, 2025.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호텔 4층 오케이앤피에서는 부산 지역 이광기 작가의 개인전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가 열렸다.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중견 작가 이광기의 작품 세계를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되짚어볼 기회이다.

이광기,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 2009, 250 × 380(cm)내 가변설치, 선풍기, 바람개비 각종 배선.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이광기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활동을 해오는 작가이다. 미디어아트 영역에서 계속해서 활동을 해왔지만, 미디어아트 환경이 미비한 부산에서는 이렇다 할 인정을 받지 못했다. 37세에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듬해 송은미술대상에도 이름을 올리며 작가로서 입지를 다져갔다. 이 전시는 이제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되짚어보는 전시다. 화려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에 비해 다소 초라해 보이는 이광기의 작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미디어아트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는 네온사인과 전광판을 이용한 시리즈도 대거 보인다. 특히 시민과 정부의 항의로 두 차례 철거되었던 ‘쓰레기는 되지 말자’가 다시 한번 공개되어, 예술과 검열, 공공성과 개인적 표현의 경계를 돌아보게 한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 관장.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소개를 마무리하며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뱅크시나 얼마 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전시가 열렸던 스티븐 해링턴 같은 작가는 큐레이터나 비평가 같은 전문가의 평가 시스템에 의해 나온 사람들이 아니다. 대중이 끌어올린 작가이고 탑다운 콘텍트가 아니라 탑다운 방식으로 알려진 작가이다. 향후 부산시립미술관은 미술관의 권력을 대중에게 이양하는 미래형 미술관이 되기 위한 실험을 지속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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