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2025 SeMA-하나 미디어 아트상 공동수상자와 영예상 수상자 발표

2025 SeMA-하나 미디어 아트상, 공동 수상자로 히와 케이(Hiwa K)와 아노차 수위차콘퐁(Anocha Suwichakornpong), 영예상 수상자로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Ernest A. Bryant Ⅲ) 선정

다아트 안용호 기자 2025.09.09 08:26:17

공동 수상자 히와 케이. 사진=서울시립미술관
공동 수상자 아노차 수위차콘퐁.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25 SeMA-하나 미디어 아트상 공동 수상자로 히와 케이와 아노차 수위차콘퐁, 영예상 수상자로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를 선정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2025 SeMA-하나 미디어 아트상은 심사위원장 쿠라야 미카(요코하마미술관 관장)를 비롯해 심사위원으로 엘레나 보그만(비교문학 및 미디어 연구자), 곽영빈(예술매체학자),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예술감독팀 안톤 비도클, 할리 에어스, 루카스 브라시스키스, 그리고 최은주(서울시립미술관장)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8월 11일부터 22일까지 사전 검토 및 8월 26일부터 27일까지 현장 검토 그리고 토론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결정하였다.

미디어 아트상 공동 수상자 히와 케이는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이주한 작가로 조각,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 구술적 형식을 활용하여 대안적인 역사를 서술하고 권력의 서사를 질문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히와 케이_설치 전경. 사진=서울시립미술관

히와 케이의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커미션작 <당신은 무엇도 느끼지 못할 겁니다>(2025)는 12분 길이의 단채널 비디오 작품이다. 어느 날 작가가 허리 아래쪽에서 “날카롭고, 깊고, 오래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수술 대신 지역의 전통 치료사를 찾아간 일화를 다룬다. 작가는 “전쟁에서의 침공처럼 쿠르디스탄에 유입된” 서구 의학의 기업적 이익 논리로 인해 선주민 지식과 전통 의료가 소외되는 현실을 드러내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한다.

 

심사위원단은 본 작품이 타인의 병을 외부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개인이 경험했던 의료 시스템의 모순과 상실에서 출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초인적이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 아니라, 연약한 신체를 가진 평범한 개인으로서 예술가의 모습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간절히 찾는 치유의 힘이 결국 사회를 위협하는 정치적인 압력으로 오인”되는 아이러니가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노차 수위차콘퐁_서사 설치 전경. 사진=서울시립미술관

미디어 아트상 공동 수상자 아노차 수위차콘퐁은 주로 태국의 사회 상에서 영감을 받은 사건과 서사를 다루는 영화감독이다. 작가는 태국의 여러 작가 및 영화감독들과 함께 영화제작사 ‘전기뱀장어필름’을 공동 설립하는 등 동남아시아 영화 지원을 위한 지속적인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커미션작 <서사>(2025)는 2010년 방콕에서 군부가 민주화운동 시위대와 민간인들을 학살했던 사건을 다루는 가상 재판에 관한 영화의 리허설을 담고 있다. 사건 15주기를 맞아 촬영된 이 작품은 태국 정부가 역사적 진실 규명을 위한 시민 참여 재판에 대한 요구를 계속 거부하는 가운데 장편 영화의 제작 장면과 목격자의 증언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준다.

 

심사위원단은 해당 작품이 영화라는 무빙 이미지의 힘을 빌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태국 정부의 학살 사건과 관련된 트라우마나 무의식과 연결된 감각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이를 통해 영화라는 매체의 중요성을 환기한다는 점을 주요한 수상 선정 이유로 꼽았다.

 

특히,‘허구의 힘을 통해 상상 속에서 상처의 치유를 제안하는 작가적 의도’가 수상 선정 배경으로 “관객은 영상 속 희생자 유족들의 대화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이 이미 망자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해당 워크숍이 일종의 의례이자 정신분석학적 세션임을 깨닫고 동시에 함께 이와 같은 강령에 참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예상 수상자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올해 제정된 ‘영예상’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특정 매체에만 한정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지양하고, 청년 작가의 지속적인 실천과 성장을 독려하는 아트상 본연의 취지에 따라 학제 간 예술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평론가인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에게 수여되었다.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_비행 재킷 외 설치 전경.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작가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예술과 예술품이 수행하는 역할, 예술품과 관객이 주고받는 ‘응시’가 생산하는 관계성과 해석의 가능성, 그리고 이미지, 사물, 의례가 사회와 맺는 관계에서 생산되는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이번 비엔날레 출품작 <자가 치료>(2025)는 20세기 초 중앙아프리카 콩고의 은키시 조각 양식에 바탕에 둔 인터랙티브 조각 작품으로, 전시에 함께 소개되는 (백남준작, 1989)과 흥미로운 조우를 이룬다.

 

한편, 〈비행 재킷〉(2006-2008)은 장기 여행을 앞둔 작가가 지역 공동체로부터 축복을 받고자 하는 바람으로 지역 사회에게 대접하는 ‘치킨 파티’를 개최하고 남은 닭 뼈를 수거해 세척하고, 꿰매어 제작한 조각과 파티 기록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북미 선주민 전통 의식인 포틀래치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지역의 공동체 단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진솔한 의식적 행위를 기록한다.

 

심사위원들은 “현대적인 조각의 몸에 모니터를 설치해 모니터의 화면이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 마주침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며 “자본주의적 가치 체계 밖에서 또 다른 베풂과 나눔의 경제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일종의 유기체처럼 제시한 점이 특별 수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쿠라야 미카 심사위원장은 “올해 심사위원들은 비엔날레 초청 작가 50명/팀 중에서 생존 작가 37명/팀의 지속적인 실천을 후원하는 상의 취지에 집중하고, 기획 주제의 사회·정치적 차원, 그리고 그것이 자본주의 및 첨단기술과 맺는 관계에 대해 논의하여,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이 작품 안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전시에 “영상 작품이 대거 출품된 가운데, 특정 매체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평가도 심사 기준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고 밝혔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심사의 과정을 통해 깨어 있는 삶 너머의 세계로의 접속이라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가 예술의 가장 오래되고 기본적인 열망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며 “우리 가까이 있지만 그동안 미처 찾아보지 않았던 영혼의 세계를 여행하는 마음으로 이번 비엔날레를 살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SeMA-하나 미디어 아트상은 한국 사회에서 현대미술의 인지도를 높이고 향유 저변을 넓히고자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으로 2014년에 제정된 상으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초청 작가와 작품을 대상으로 국내외 전문 심사위원의 심사를 통해 예술적 비전과 기여를 보여준 작가 1인 이상을 선정하여 수여해 왔다.

 

본 아트상은 예술적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미디어 언어와 활동을 성취하며, 당해 비엔날레의 주제 의식에 부합하는지가 평가 기준이다.

 

지난 수상자들로 2014년 수상자 에릭 보들레르 2016년 공동수상자 크리스틴 선 킴과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2018년 수상자 안건형, 2021년 공동수상자 아이사 혹슨과 하오징 반, 2023년 수상자 프랑소와 노체가 있다.

2025 SeMA-하나 미디어 아트상 시상식은 8월 28일 오후 2시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지하 1층 세마홀에서 개최됐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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