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O JEONG A ODORAMA CITIES

아르코미술관,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관 한국관 전시 귀국보고전 ‘구정아-오도라마 시티’

다아트 안용호 기자 2024.12.27 16:11:42

600편의 향기에 관한 추억이 담긴 약 120개의 배너. 사진=고정균, 아르코미술관 제공

구정아 작가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테마는 ‘향’이다. 향은 활동 초기 1996년 파리 스튜디오의 작은 옷장에 좀약을 배치한 냄새 설치작품 ‘스웨터의 옷장’ 이래, 작가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핵심 소재다.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구정아-오도라마 시티’는 냄새에 대한 작가의 오랜 실천과 관심이 녹아있는 ‘향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오픈 콜을 통해 수집한 각 개인의 ‘향기 메모리’를 공개해, 스토리텔링 보다 집중한다. 2023년 6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진행한 오픈 콜에서 전 세계 사람들은 한반도의 향기 초상을 그리기 위한 ‘향기 메모리’를 ‘오도라마 시티’와 공유했다.
 

추억의 ‘향’에 관한 600편의 글이 ‘향’이 되어 전시

비엔날레팀은 소셜 미디어와 광고, 언론 보도와 개인 면담, 서한 등으로 남북한 사람 및 비한국인, 곧 한반도와 연이 있는 모두에게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에 대해 물었다. 한국에 대한 향기 기억의 범위를 한반도라는 지역 너머까지 확장하기 위해, 한국인이라는 범주를 대한민국 출생 및 거주에만 한정하지 않았고, 다국적 외국인과 더불어 남한에 정착한 북한 새터민을 포함했다.

약 600편의 글을 모았고, 일부 기억은 매우 사적·서술적인 반면, 다른 기억은 간결한 문구로 정리한 경우도 있었다.

17개의 향으로 전시된 600편의 향기에 관한 추억. 사진=고정균, 아르코미술관 제공

‘향기 메모리’ 전체를 2024년 12월 20일부터 2025년 3월 23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귀국전에서 읽고 냄새 맡고 감상할 수 있다. 600편의 글 중 선별된 주제어와 향기 기억이 조향사 16명에게 전달되었고, 사연과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국관에 17개의 다른 향들을 개발해 전시했다.

구정아는 도시, 향기, 밤 공기, 사람 향기, 서울 향기, 짠 내, 함박꽃 향기, 햇빛 냄새, 안개, 나무 냄새, 장독대, 밥 냄새, 장작 냄새, 조부모님 댁, 수산시장, 공중목욕탕, 오래된 전자제품, 그리고 오도라마 시티. 전시장 제2전시실에 이 모든 ‘향’이 전시된다.

전시 제목 ‘오도라마’는 향을 뜻하는 ‘오도(odor)'에 드라마(drama)의 ’라마(-rama)'를 결합한 단어다. 구정아는 후각과 시각을 공감각적 매체로 해, 가시와 비가시의 경계를 탐구하고 두 세계 너머의 열린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냄새와 향기가 기억에 작용하는 방식을 공간적 조우의 다양한 뉘앙스를 통해 살피며, 우리가 공간을 회상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장 1층에는 이번 한국관 전시를 위해 수집한 600여 편의 이야기가 모두 공개되는데, 이 답변들은 약 120개의 출력된 배너가 움직임을 달리해 전시장 천장에 매달린다. 2층에는 수집한 이야기를 토대로 조향한 17개의 서로 다른 향기가 소형 뫼비우스 링에 담겨 곳곳에 전시된다.

스토리를 공유했던 관람객은 직접 본인의 기억을 전시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며, 소소하고 내밀한 경험이 향기와 융합된 후 다양한 층위의 공감대를 발현시켜 일상의 시공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감각적 활동이 구현된다.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2024, 아르코미술관, 설치 전경. 사진 고정균, 아르코미술관 제공

전시장 곳곳에 숨겨진 ‘향’의 추억

이설희(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와 함께 이번 전시에 공동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야콥 파브리시우스는 기자간담회에서 “구정아 작가는 공간에 대해 매우 예민하다. 추가적인 설치를 모두 끌어내고 공간의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도록 공간을 매우 미니멀하게 꾸몄다”고 전했다. 또한 “숨겨진 향을 관객이 함께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아키텍처 곳곳에 향을 숨겨놨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의 공동 예술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1970년생, 코펜하겐 거주 및 활동)는 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2021-현재)이다. 한국관 «구정아–오도라마 시티» 연장 프로젝트로, 이설희와 말뫼 쿤스트홀(2024)에서 구정아의 실내 스케이트 파크 전시를 선보였다.

기자 간담회에서 만난 이번 전시의 공동 예술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2020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으로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를 기획했고, 이외에 쿤스트할 오르후스 예술감독(2016-2020), 코펜하겐 쿤스트할 샤를로텐보르 관장(2013-2014), 말뫼 쿤스트홀 예술감독(2008-2012), 스페인 산타모니카 아트센터 부큐레이터(2006-2008), 프랑스 국립현대출판예술센터 협력 큐레이터(2015-2016), 벨기에 컨투어 2013, 제6회 무빙이미지 비엔날레 예술감독(2012-2013) 등을 지냈다.

전시장 곳곳에 숨겨진 '향'이 담긴 뫼비우스 링.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한편, 아르코 미술관 임근혜 관장은 “우스와 벤치 등 조각적 요소가 포함된 한국관 전시와는 달리, 향기와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귀국전은 베니스와는 또 다른 감각으로 한국 관람객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아, 일상의 특성을 평범함의 시적 측면으로 일깨워

구정아는 여러 장소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구정아는 부서지거나 사라지기 쉬운 일상의 장면과 사물의 특성을 포착하여 평범함의 시적인 측면을 일깨우는 작업으로 국제 무대에서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다.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동시에 섬세하고도 명징한 그의 작업은 향, 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 무빙 이미지, 건축 프로젝트, 시, 소설 등 다매체를 아우르며 현실과 비현실,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 너머를 지향한다. 대부분 작업은 우리 세계의 상상과 실제의 한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장소 특정적인 환경에서 구상되며, 장소와 사람들 사이 존재하는 에너지의 연결과 그들의 만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를 탐색한다.

구정아. 사진=김제원, PKM 갤러리 제공

구정아는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2012), 디아파운데이션 및 디아비콘(2010), 파리 퐁피두센터(2004)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으며, 이외 베니스비엔날레(2014, 2009, 2003, 2001, 1995), 리버풀비엔날레(2010), 부산비엔날레 및 광주비엔날레(2020; 2014, 2002, 1997)와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2010, 2004, 2002),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2015), 국립현대미술관(2015) 등의 유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2년 휴고보스상 최종 후보, 2005년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 2016년 주영한국문화원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구정아는 한국관 오픈 후 이설희 & 야콥 파브리시우스와 스웨덴 말뫼 쿤스트홀(2024)에서 실내 스케이트 파크 전시를 선보였으며, 현재 하우스 데 쿤스트(2025), 아스펜 뮤지엄(2026), 리움 미술관(2026) 등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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