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아트 안용호 기자 2025.05.21 17:39:16
인사동 노화랑은 근현대 한국 조각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 이형우의 개인전 <편백나무>를 5월 22일(목)부터 6월11일(수)까지 개최하며, 예술 노동의 부산물에서 채집한 아름다운 형태를 평면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 현장은 마치 회화 작품을 전시한 듯 보인다. 나무를 소재로 구, 사각형, 육각형 등 입체적인 조각 작업에 집중했던 이형우 작가의 전작들과는 달라 잠시 놀랐다.
2020년 개인전 이후 약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 <편백나무>는 시간의 흐름을 지나 소재의 ‘가벼움’과 동시에, ‘공간’의 최소화, 극소화에 대한 탐구로 새로운 평면구성의 작업 방식을 선보인다.
노화랑 노세환 대표는 “작가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것들을 계속적으로 탐구하고 특히 사물 중 나무의 본질에 대한 부분들을 많이 탐구해 왔다. 그 나무의 수많은 본질 중에서 나무가 갖고 있는 가벼움의 속성에 대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왔다. 지금까지 본질을 보여주는 방법이 기존에 있던 나무를 잘라내서 본질을 남기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나무를 조각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부산물들에 좀 더 집중했다”라고 소개했다.
작가는 나무를 깎아낸 부산물들의 형태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에 집중했다. 1층 전시 공간의 작품들은 부산물을 캔버스 위에 얹고 조형적 감각이 채워질 때까지 이리저리 놔보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캔버스의 색도 기존 페인팅 작가의 고정관념을 깨고 붓이 아닌 스펀지로 텍스처 감을 만들었다. 2층 전시 공간에는 부산물을 좀더 날 것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형우 작가는 1981년 홍익대학교 조소과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에서 입체 조형과 조각을 유학했다. 이후 1982년 로마에서 열린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작가로 선정되어 전시되는 등 한국 근현대 조각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형우의 작업은 비가시적인 사물의 본질을 가시화하기 위한 예술 행위로 작가만의 입체 조형의방식을 구축하기 위해 끊임없는 예술적 탐구에 집중한다. 육각면체, 구와 같이 형태의 최소화, 극소화한 조형 방식을 취하기도 했으며, 사물이 가지는 속성과 대립하는 지점을 드러내기 위해 주재료인 나무를 끊임없이 대패질하여 나온 대팻밥을 이용해 ‘팽창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팻밥을 펼치거나 다시 응집한 입방체로 조형화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평면 회화로의 이행이 아닌 조각과 회화의 경계가 하나가 되는 지점을 사유하며, 단순한 평면이 아닌, 기와 그림자, 움직임이 깃든 입체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매개가 된다. 화면에 드러나는 점, 선, 면의 기본 조형 요소들은 더욱 감각적으로 ‘조형 언어’라는 개념을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한다. 이형우 작가는 이를 “의도적인 진보의 과정이 아닌, 조각가로서의 창작 과정은 조금도 정지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연속의 과정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익숙한 물질에서 낯선 감각을 탐구하고,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형우 작가의 독창적인 사유를 공유하는 이번 <편백나무>전은 평면과 입체, 형상과 감각의 경계에 선 예술적 실험을 통해 관람객들이 사물,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조형이란 무엇인지, 평면과 입체의 경계는 어디인지,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공간’이란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