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2025 기획전 《유현미: 하이브리드 리얼리티》 개최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선보여 온 다양한 매체와 장르, 주제를 아우르며, 그간의 예술적 탐구와 변화의 흐름을 조망

다아트 안용호 기자 2025.08.05 17:33:24

01. 《유현미_ 하이브리드 리얼리티》 포스터. 이미지=금호미술관

금호미술관은 2025년 8월 1일(금)부터 2025년 9월 28일(일)까지 기획전 《유현미: 하이브리드 리얼리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유현미 작가의 개인전으로, 작가가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선보여 온 다양한 매체와 장르, 주제를 아우르며, 그간의 예술적 탐구와 변화의 흐름을 조망한다.

작가 유현미(b.1964)는 1990년대 중반 조각과 설치미술을 시작으로,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며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유현미는 석고나 목재로 제작한 오브제와 공간을 무대로, 빛과 그림자를 물감으로 덧입힌 후 정밀한 조명 아래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이처럼 회화와 설치, 사진을 결합하는 방식은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 방식이며, 일부 연작에서는 출력된 사진 위에 다시 유화를 채색해, 회화와 사진 사이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다층적인 조형 방식은 이미지의 경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며, 이는 유현미가 꾸준히 탐구해온 ‘혼성(Hybrid)’ 전략의 핵심이다.

작업실의 우주, 2013, 잉크젯 프린트, 194.8x130cm (5ea),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제공=금호미술관

이번 전시는 작가의 주요 연작들을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펼쳐 보인다. 2007년 처음 발표한 ‹스틸 라이프(Still Life)›를 비롯해, ‘수’의 상징성과 의미를 탐구한 ‹수의 육체(Physical Numerics)›, 일상적 소재를 우주의 구성 요소로 치환한 ‹코스모스(COSMOS)›, 2011년 ‘길몽’을 주제로 선보인 ‹굿 럭(Good Luck)›과, 그 중 ‘십장생(十長生)’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십장생›(2024)이 그 예이다. 더불어, 이러한 연작들의 기반이 되는 설치 작업과 그 제작 과정을 담은 단편영화 <그림이 된 남자>(2009)와 작가가 직접 집필한 단편 소설을 함께 선보이며 폭넓은 작업세계를 다각도로 조망한다.

전시 《유현미: 하이브리드 리얼리티》는 유현미가 지난 20여 년간 축적해 온 매체 실험의 궤적을 돌아보는 자리로, 작가가 구축한 독창적인 ‘하이브리드 리얼리티'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익숙한 장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감각과 이미지의 관계를 탐색해 온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며, 관람객은 무한한 상상력과 사유의 가능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3F 전시장 l ‹코스모스(COSMOS)› 연작

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유현미 작가가 2013년 처음으로 선보인 ‹코스모스› 연작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오브제를 공간에 배치한 후, 그 위에 색과 그림자를 다시 그려 만들어낸 환영적인 세계를 포착한 작업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깨진 거울의 파편이나 물이 담긴 컵, 공, 모래시계, 책, 의자와 같은 익숙한 사물들은 무중력 상태로 공간을 부유하거나, 시간이 멈춘 듯이 고정된 모습으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처럼 작가는 주변에 산재한 오브제들을 마치 우주 공간을 떠도는 행성처럼 보이도록 묘사함으로써 우리 각자의 삶을 하나의 소우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2차원과 3차원, 실재와 환상,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뒤흔들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익숙한 일상 공간을 우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상상적 가능성을 전달한다.

 

2F 전시장 1 l ‹십장생› 연작

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십장생› 연작은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十長生)’을 주제로 한 작업이다. 해, 산, 물, 돌, 구름(또는 달),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으로 이루어진 열 가지 상징물은 우리 주변의 일상 사물로 치환되어 전통적 상징을 동시대의 언어로 새롭게 풀어낸다. 2011년에 선보인 초기 십장생 작업에서 구성 요소의 상징성을 강조했다면, 본 연작에서 작가는 전통 십장생도의 색감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하며 대상의 배치와 구성에 보다 집중한다. 작품 속 사물들은 기호화되어, 불안한 현실을 반영하듯 아슬아슬한 수직 구조로 쌓여 있다. 새롭게 등장한 ‘집’ 소재는 불안정한 구조의 가장 꼭대기에 놓이며,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2024)와 같은 작품 제목을 통해 작가는 누구나 꿈꾸는 행복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2F 전시장 2 l ‹굿 럭(Good Luck)› 연작

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굿 럭› 연작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인간이 염원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한국의 정물화인 책거리와 십장생을 모티브로 삼아 풀어낸다. 조선시대 전통 정물화에 서구 정물화의 빛과 그림자 요소를 더하고, 십장생과 책가도의 결합 등 전통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대표적으로 해와 달은 각각 붉은색과 초록색의 지구본으로, 불로초는 여성성과 장수를 의미하는 수밀도로, 물은 생수병으로, 학은 종이학으로 표현된다. 색채는 한국 전통 오방색을 사용해 전통 십장생도의 생동감을 살렸다. 길상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석류는 ‹테이블 위의 석류›(2011)와 영상 작업 ‹보마›(2010)에 등장한다. 작가는 이처럼 각각의 상징성을 지닌 소재와 다양한 매체를 혼합해 초현실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1F 전시장 l 그림이 된 남자

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그림이 된 남자›(2009)는 유현미 작가가 직접 저술한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 작업으로, 동명의 사진 작업의 제작 과정을 서사화하며 사진, 영상, 회화, 설치를 아우르는 실험적 시도를 보여준다. 영상 속 남자 주인공은 자신의 집에 갑자기 들이닥친 이웃들에 의해 흰 젯소 페인트로 칠해지면서 공간에 결박되고, 방 안의 사물들과 함께 점차 하나의 그림으로 변해간다. 남자의 신체는 희푸른 색의 페인트로 완전히 덮여 창백한 모습으로 정지되어 있으며, 유일하게 눈동자만이 살아 움직이면서 그의 의식이 잔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그림이 된 남자와 시선을 마주한 관람객들은 시각적인 대상으로 고정되어버린 그의 모습에 스스로를 투영하며 작품 속 대상과 관람자 사이의 경계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B1 전시장 1 l ‹수의 육체(Physical Numerics)› 연작

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수의 육체› 연작은 숫자를 주제로 한 작업이다. 작가는 숫자가 지닌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탐구하며, 숫자의 입체적 형태와 철학적 개념을 낯설고 새로운 풍경으로 재구성한다. 미술관 1층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아라비아 숫자 조각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유롭게 배열된 숫자 조각들은 바닥과 테이블, 의자 위에 놓여 저마다 다른 크기와 형태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를 떠올리게 하는 숫자 조각들은 그 상징성과 이면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본 전시장에서는 입체로 존재하던 숫자들이 2차원의 사진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소설 『어린 왕자』 속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상징하는 네 번째 별의 인물을 통해 숫자의 통념을 뒤집고 자유롭고 상상적인 수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오가와 요코(小川洋子)의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수학 박사가 머릿속에서 그려내는 아름답고 황홀한 수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작품 속 숫자들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우리 사유 깊숙이 연결된 무형적이고 유기적인 수의 세계를 담아낸다. 부유하거나 아슬아슬하게 놓인 숫자들은 이러한 세계를 조형적으로 드러내며, 관람객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사유의 공간을 제시한다.
 

B1 전시장 2 l ‹스틸 라이프(Still Life)› 연작

금호미술관 《유현미:하이브리드 리얼리티》 전시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유현미 작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스틸 라이프› 연작을 시작으로, 회화, 조각,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그는 공간과 사물의 표면을 흰 젯소로 덮고, 그 위에 정물화의 색채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회화적인 장면을 구성한다. 작가는 마치 무대 세트장처럼 작업실의 벽, 창문, 모서리, 계단 등을 활용해 고전 회화 속 정물화의 구도를 연출한다. 여기에 빛과 그림자를 더해 공간의 깊이와 분위기를 부여하며, 현실의 외형을 회화적으로 재현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렇게 연출된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한다. 그는 회화, 조각, 사진의 특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시각적 착시와 긴장감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경계를 탐색한다. 나아가 현실과 상상, 실재와 환영 같은 상반된 개념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 공존하도록 구성하고, 그 경계에서 발생하는 모호함과 긴장, 역설적인 감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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