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서울이 다음달 복합문화공간 피크닉과 손잡고 특별한 무대를 마련한다고 10일 밝혔다. 2020년부터 피크닉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무성영화극장’을 한층 확장된 규모와 구성으로 재탄생시켜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공연을 위해 LG아트센터와 피크닉은 무성영화극장에서 상영된 약 20편 영화 가운데 큰 호응을 얻었던 네 편의 작품을 엄선했다.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등 모두 무성영화의 매력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으로 영화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번 공연은 100여 년 전 무성영화의 흑백 화면에 우리 뮤지션들의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지는 기존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최적의 음향 환경을 갖춘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이전보다 한층 풍성한 구성과 사운드를 더한다는 설명이다. 각 작품의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장면 위에 까데호, 윤석철트리오 등 국내 뮤지션들이 재해석한 생생한 사운드트랙을 덧입혀, 고전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총 네 편의 라인업 중 첫 무대는 찰리 채플린(1889~1977)의 ‘키드’(1921)가 연다. 이 영화는 우연히 맡게 된 고아와의 유대 속에 채플린 특유의 따뜻한 인간미를 담았다. 여기에 재즈, 알앤비, 펑크, 힙합, 인디 록을 아우르는 즉흥성으로 주목받는 트리오 까데호가 다양한 사운드를 입힌다.
이어지는 버스터 키튼(1895~1966)의 ‘셜록 2세’(1924)는 영사기사 청년이 꿈속에서 명탐정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으로, 무표정한 얼굴로 기발한 몸짓을 펼쳐 보인 키튼의 대표작 중 하나다. 여기에 재즈와 실험적 사운드를 결합해 탄탄한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윤석철트리오가 생동감 있는 리듬을 더한다.
이어서 오즈 야스지로(1903~1963)의 ‘태어나기는 했지만’(1932)은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와 가족 관계를 비추며,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현실 앞에서 느끼는 각성과 실망을 담아낸다. 이 작품엔 탁월한 기량으로 재즈와 월드뮤직을 결합해온 데이브유 아코디언 재즈밴드가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1889~1968)의 ‘잔 다르크의 수난’(1928)이 무대에 오른다. 배우의 얼굴을 담아낸 극적인 클로즈업과 압도적인 감정 표현으로 영화사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잔 다르크의 재판 과정을 통해 인간의 믿음과 용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송남현 X 만동이 합세해, 강렬하고 현대적인 사운드로 작품의 비극성과 숭고함을 새롭게 드러낸다.
이번 피크닉과의 협업은 LG아트센터의 기획공연 브랜드 중 하나로,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과 만드는 경계 없는 협업 프로그램 ‘크리에이터스 박스’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크리에이터스 박스: 피크닉 무성영화극장’이라는 타이틀 아래 보다 확장된 스케일과 구성으로, 기존 무성영화극장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혹은 처음 만나는 관객들 모두에게 증폭된 관람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공연은 다음달 28일부터 3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3일간 진행되며, 티켓은 이달 11일 오후 2시부터 LG아트센터 서울 홈페이지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