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르코데이 “우린 꼬리가 아니라 예술가” 아르코예술극장에 오른 젊은 예술가 10인

국내 미술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신진 청년예술가 10인의 프리젠테이션… 관객들 박수와 환성 쏟아져

다아트 안용호 기자 2025.09.11 17:19:11

아르코데이 작가 프레젠테이션(박정연).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이하 아르코(ARKO)) 아르코미술관은 프리즈, 키아프 위크와 대한민국 미술축제 기간을 맞이하여 국내 미술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신진 청년예술가 10인의 프레젠테이션을 9월 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는 국제적 아트페어로 미술계 교류가 활발한 시기에 청년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개최된 〈2025 아르코데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다양한 관점과 예술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김상하, 김진주, 박아름빛, 박정연, 유승아, 홍은주, 이원정, 장영해, 황예지, 서민우 10명의 예술가가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작가들의 과감하고 실험적인 무대는 아트페어의 이면에서 건강하고 다양한 미술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우리 미술의 미래가 여기 있음을 보여줬다.

작가들은 극장 무대에서 기존의 고유한 장르를 벗어나 퍼포먼스 쇼케이스, 렉처 퍼포먼스, 스크리닝, 해프닝, 플래시몹 등의 형식으로 미술의 경계를 확장했다. 이들 청년들이 그리는 이미지 속에서 동시대 한국 예술의 몽타주를 찾아본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권태현 큐레이터의 사회로 진행된 〈2025 아르코데이〉‘긴 꼬리(The Long Tail)’는 우리나라 젊은 아티스트들의 천재성을 확인해 준 무대였다.

아르코데이 작가 프레젠테이션(박정연).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먼저 박정연 작가의 ‘드림 워킹’은 다른 사람의 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보여준다. 적외선 카메라나 저화질 CCTV로 촬영한 유령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통해 꿈과 현실의 관계를 극장이라는 장치 위에 보여준다. 이 작업은 기존의 작업을 재편집해 인간의 형상을 유령처럼 드러나게 하는 흥미로운 작업으로 극장과 환영, 꿈을 연결해 거대한 스크린으로 펼쳐낸다.

아르코데이 작가 프레젠테이션(홍은주).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홍은주 작가의 퍼포먼스 ‘내가 환희에 겨워 울고 있을 때, 그녀는 절망에 잠긴 듯 보였다’는 작가의 모습을 한 3D 프린팅 인형을 무대로 가져온다. 인형을 움직이기 위해 인형과 연결된 몸을 같이 움직이면서 인형극에서 발생하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퍼포먼스는 인간의 형상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가도 팔이나 목이 꺾이고 기이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종속 관계가 폭력적임을 드러낸다.

아르코데이 작가 프레젠테이션(서민우).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장면들’은 사운드 아티스트 서민우 작가의 작품으로, 하나의 장치로서 극장의 소리를 다룬다. 막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무대가 움직이는 소리를 작가는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들려준다. 극장과 무대 장치의 소리 그 자체가 음악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라는 화두로 무대 위에서 마법적으로 작동하는 장치들을 통해 극장 전체를 일종의 악기처럼 만들었다. 관객들은 40년이 넘은 아르코예술극장을 거대한 악기 속에 놓여있는 것처럼 새롭게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막이 하나 둘 올라가고 마지막으로 주차해있는 자동차와 행인들이 나왔다. 처음에는 스크린 위 영상인 줄 알았지만, 사실 이것은 무대 뒤로 보이는 실제 거리의 모습이었다. 관객 모두를 전율케 한 순간이었다.

아르코데이 작가 프레젠테이션(장영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 프리즈 라이브에도 참여한 장영해 작가는 기존 작품인 ’3’의 후속편격인 '애프터3’을 무대 퍼포먼스로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햇살처럼 묘사된 밝은 조명으로 오후 3시처럼 보이는 공간에 마치 스크린 골프를 치듯 위협적인 속도로 공이 날아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공이 벽에 부딪혀 터지는 순간 그것이 레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실과 허구, 시차를 뒤섞어 극장 무대로부터 안전하게 격리된 객석을 향해 오늘날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질문들을 던졌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박아름빛 작가는 ‘나쁜 것을 말해줄게’ 무대를 통해 현재 뜨거운 이슈인 AI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AI의 활용 이면에는 인공지능이 사회적으로 해롭거나 차별적인 응답을 생성하지 않도록 학습 데이터를 설계하고 수정하는 AI 트레이너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직업적 재현을 넘어, 윤리와 감정의 경계에서 어두운 질문들을 감내하는 이들을 기록했으며 관객들에게도 윤리적인 사유를 던져 큰 공감을 받았다

아르코데이 작가 프레젠테이션(원정백화점).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프레젠테이션의 피날레를 장식한 원정백화점 ’세계의 많은 것들이 쌓여있다’는 ‘나리빌’이라는 통신 장치와 그것을 둘러싼 아이들의 서사가 펼쳐지는 SF 세계관 〈나리빌〉과 연동되는 작업이다. 무대 위 퍼포머들의 모습은 카메라에 담겨 이후 제작될 영상 작업 〈나리빌 플리커〉 일부가 된다. 촬영하는 모습을 포함한 극장의 광경은 그 자체로 퍼포먼스와 기록의 관계를 꿈이나 데자뷔처럼 이상한 시간성으로 탐구하는 과정이 됐다. 관객은 외발자전거가 무대 뒤로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하며 〈나리빌〉의 세계관에 발을 내딛는 오묘한 경험에 빠졌다.

아르코데이 작가 프레젠테이션(김상하).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그 외에도 물이 담긴 OHP 프로젝터와 사진들을 투사해 극장 무대와 무성영화의 맥락으로 풀어낸 김상하 작가의 ‘리버 베드(2)’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진주는 이전에 참여한 단체전 ‘백프로’를 무대화하여 플래시몹 퍼포먼스 ‘백프로로’로 변화시켰고, 황예지는 ‘나는 사진하는 여자에 대해 말하고 싶다’를 통해 사진 문화의 남성 중심성에서 탈피해 여성적 접근을 그려냈다. 유승아는 ‘AIC’(아시아 제도 비평) 프로젝트의 과정을 렉처 퍼포먼스로 풀어냈다.

아르코데이 네트워킹 파티.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프레젠테이션 후에는〈2025 아르코데이〉에 참여한 예술가와 관람객을 이어주는 네트워킹 파티가 이어졌다. 네 명의 여성 기획자로 구성된 로스트 에어(Lost Air)가 기획한 〈캐주얼한 네트-워커를 위한 캐주얼한 산책〉은 퍼포먼스형 파티로 네트워킹의 순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선사했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일환으로 국제적 아트페어로 미술계 교류가 활발한 시기에 맞춰 국내외에 한국의 청년예술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되었고, 아르코(ARKO) ‘2025 청년예술가도약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와 기획자들이 참여하여 미술적 상상력과 도전, 예술적 가능성을 선보인 실험적인 기회의 장이었다.

이번〈2025 아르코데이〉의 키워드는 ‘긴 꼬리(The Long Tail)’이다. 80%의 비주류 다수가 상위 20%의 소수보다 큰 가치를 가진다는 ‘롱테일법칙’을 차용했다.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요즘, 기초예술의 토대를 지탱하고 건강한 예술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하고 잠재성 있는 예술의 가치를 보여준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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