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아트 안용호 기자 2025.09.11 17:18:47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25년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선정 작가인 주다은의 개인전 《흩어진 기별》을 9월 9일(화)부터 9월 28일(일)까지 평화문화진지 전시실 1·2에서 개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08년부터 전도유망한 작가와 기획자에게 전시 경비를 지원하고, 미술관의 인프라를 활용한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2025년에 선정된 9인의 전시는 6월부터 10월까지 서울 각지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되며, 주다은 개인전은 그중 여덟 번째 전시다.
주다은 작가는 공간과 시간, 기억을 매개로 경계의 풍경과 역사적 장소를 재해석하며, 개인과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을 영상, 소리, 조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청각적으로 번역한다.
작가는 부재한 존재와 시간을 시청각적 언어로 재현하며 사라져 가는 기억과 남겨진 장소, 그곳에 관련된 경험과 기록, 상상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현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서사를 구성하고, 경계 너머의 시간과 공간을 분석한다.
작가는 현실 속 부재한 대상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기억과 기록을 주요한 매개로 삼는다. 사라진 존재, 사건, 장소를 일시적으로 현재에 머물게 하고, 풍화된 시간 속에 스며든 기억을 읽어낸다. 부재와 잔존 사이의 간극은 기록물과 상상력으로 메우고, 생물학적 데이터, 증언,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결합해 시간의 층위를 복원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부재와 존재, 기억과 기록을 넘나들며 경계와 시간의 풍경을 재구성한다.
《흩어진 기별》은 ‘세상에 남겨진 역사의 파편들을 서서히 다가오는 흔적’으로 은유하며, 외할머니의 개인사를 출발점으로 범국가적 서사로 확장되는 여정을 담는다. 전시는 개인의 기억과 땅에 축적된 시간을 작품으로 엮어, 외할머니의 파편화된 기억과 잊혀져 가는 노래, 한국과 베를린에 남겨진 장소를 영상과 조각을 통해 재구성한다.
전시는 외할머니가 경험한 한국전쟁과 피난, 그리고 그 기억이 남긴 장소들을 따라, 역사와 개인사를 교차시킨다. 사라지고 남겨진 한국과 베를린의 경계 공간을 탐색하며, 세월의 풍화 속에 스며든 오래된 슬픔과 기억을 포착한다. 작가는 단순한 과거 복원이 아닌, 부재와 흔적을 매개로 현재의 시선에서 역사를 다시 바라보게 하며, 개별적 기억을 범국가적 이야기로 확장한다. 이를 통해 기억과 기록, 부재와 상실, 경계와 연결이 공존하는 세계를 사유하도록 이끈다.
《흩어진 기별》은 평화문화진지 전시실 1과 2에서 열리며, 2019년 작과 2025년 신작이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전시는 영상 <가끔 기록이 최선이 되는 일들이 존재한다>(2019)로 시작하며 한국전쟁을 겪은 외할머니의 파편화된 기억을 다룬다. 이어 연작 영상 <소리를 위한 소리>(2019)는 남겨지지 않은 기억의 틈을 파고든다. 조각 <숨쉬는 허물>(2025)은 비무장지대의 형상을 닮은 형태로, 기억의 장소를 땅으로 확장한다. 마지막으로 영상 <오늘이 흘러 어제를 만나면>(2025)은 베를린에 남겨진 국경의 사이 공간을 통해, 범국가적 기억과 시간의 층위를 다룬다.
전시 연계 퍼포먼스 <되돌아오는 칼새(Apus recurrens)>는 전시 기간 중 9월 13일, 21일, 27일 세 차례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에서 진행되며, 참여를 위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